그때 해변에서는
완전한 마모의 돌 찾기 대회가 열리고 있었습니다
나는 가방을 메고 있었습니다
만국기가 날리는 하늘은 무거웠습니다
삭삭기 셰몰애 별헤 삭삭기 셰몰애 별해
인민의 딸이 인민의 높은 딸이 손나팔을 만들어 신호를 보내며
옷자락을 펄럭였습니다
파도가 부서졌습니다 나는 처음이었습니다
등 번호는 없었고 가방만 있었고
뜨겁다 뜨겁구나 틈이란 틈을
샅샅이 더듬는 긴 여정을 시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모래와 물 사이
물과 묽음 사이
묽음과 소금 사이
목이 말랐습니다 녹는 점과
끓는 점 사이 죄와 벌 사이
비누로 손을 씻고 싶었습니다 완전한 마모의 비누와
침전과 잔존과
진도와 제주도 사이
시계와 시간 사이
반칙이었을까 나는 수명이 길었고 떠오름과
떠올림 사이
야쿠르트 아줌마와 아모레 아줌마와
을지로의 쇠냄새
퇴계로의 개냄새
식은땀을 흘리며 실격의 위기를 겪었습니다
불완전한 마모의 돌을
움켜쥐고 싶었습니다 힘껏 또 힘껏
6인 병실의 밤을 지배하는
숨소리의 복잡한 오르막과 내리막 사이
박자가 다른 좌심실과 우심실 사이
숨 쉬는 것을 잊은 콧구멍과 밥 넘기는 것을 잊은 목구멍 사이
구멍은 참 많았습니다
지우개지옥과 개미지옥 사이
타 죽은 지렁이를
일개미들이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움직임과
움직이는 구름 사이
가방은 가벼웠습니다
맹장과 십이지장 사이
성령과 망령 사이
여름이 가고 있습니다 두 번 세 번 우두둑
깨물어 먹는 얼음의 여름과
강의 얼음이 깨지는 겨울의 끝 사이
참과 거짓 사이
한계와 경계 사이
다녀오겠습니다
그때 나는
다녀오겠습니다 완전한 마모의 돌 찾기 대회가
미련을 버릴 수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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