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상 똑같은 노래를 조율하는
은밀한 새,
순환하는 물, 야외 테이블,
어렴풋한 동상, 괴이한 폐허.
향수 어린 사랑이나 여유로운 오후에
어우러지는 이 정경이 연출된 공원.
그곳의 검은 꽃들 사이로 내가 사라진들,
불가해한 밤에는 아무도 저어하지 않으리.
공허한 어둠에 잠긴 공허한 차고 문이,
베를렌도 훌리오 에레라도 유쾌해 했던
분가루와 재스민으로 이루어진 이 세계의
너울거리는 경계를 가르고 있음을 나는 아네.
유칼리 나무 약 내음이
어둠에 깃들이네.
시간과 모호한 언어를 초월하여
별장촌 시절을 회상시키는 해묵은 내음이.
내 발걸음은 고대하며 찾던 입구를 발견한다.
발코니가 그 어스름한 윤곽을 정의하고,
체스 무늬 정원에서는
수도꼭지가 주기적으로 물방울을 떨군다.
문들 저편에는
환영의 어둠 속에서 꿈의 작용을 빌어
광대한 어제와 죽은 사물들의
주인이 된 것들이 잠들어 있네.
나는 이 오랜 건물의 모든 사물을 알고 있지.
흐릿한 거울에
끊임없이 복제되는
회색빛 돌 위 운모 절편,
고리를 물고 있는 사자 머리,
붉은 세계, 녹색 세계의 아름다움을
아이에게 가르쳐 준
채색 유리들.
그들은 운명과 죽음 너머에 존속하고,
각자의 역사가 있지.
하나 이 모두는 기억이라는
일종의 사차원에서 벌어지네.
뜰과 정원들은 지금
기억 속에, 기억 속에만 존재하네.
과거는, 태백성과 여명을 동시에 머금고 있는
그 금지된 영역 속에 그들을 간직하고 있지.
에덴동산이 최초의 아담에게 선사했던 장미처럼
지금은 접근조차 할 수 없을
소박하고 애정 어린 사물들의 그 정연한 질서를
어찌하여 나는 상실하였을까?
그 저택을 생각할 때
비가의 유서 깊은 망연함에 휩싸이네.
시간이고 피이며 고뇌인 나는
세월이 어찌 가는지 이해할 길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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