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이를 주는 세계의 작은 열매를 주워 들고 간다. 열매는 붉고 가지는 꺾여 있었습니다. 열매는 말이 없는데 나는 열매의 마음을 듣고 있다. 꺾여 있는 가지 위에 아픔이라는 말이 얹히고 있다. 언젠가 속해 있었던 나무에 대해. 언제고 떨어져 나온 꽃에 대해. 산등성이로 내려앉는 빛은 나무와 나무의 마음이었다. 나무와 나무는 흔들리면서 무언가를 떨구고 있었다. 열리는 말들이 맺히는 시간이다. 맺히는 말들이 풀리는 시간이다. 순하고 고운 눈이 단단한 알맹이로 나아갑니다. 눈을 들어 산등성이를 보면 누군가 무언가 사라진 여백으로 가득하다. 남겨진 네가 남겨진 열매 곁으로 옮겨 가고 있었다. 열매는 빛을 발하고 있었다. 마음은 회전하고 있었다. 꽃이었다가 잎이었다가. 물이었다가 얼음이었다가. 계절은 돌고 돌아 산비탈의 돌멩이로 쌓이고 있었다. 지나온 흙은 뿌리와 잎과 가지를 품고 있었다. 산등성이는 아무도 모르는 색을 가지고 있었다. 오늘의 흙 위에 오늘의 몸이 씌어지고 있었다. 맺히고 떨어지다 다시 열리는. 나무로 돌아가듯 위로 위로 올라가는 마음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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