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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니 - 네 자신을 걸어둔 곳이 너의 집이다

 

그리하여 흘려 쓴 것들:이제니 시집, 문학과지성사 왜냐하면 우리는 우리를 모르고, 문학과지성사 있지도 않은 문장은 아름답고:이제니 시집, 현대문학 아마도 아프리카 (창비시선 321), 창비

 

 

 네 자신을 걸어둔 곳이 너의 집이다. 이쪽에서 저쪽으로 움직여 가는 것은 무엇인가. 변화를 통해 한 단계 높여드립니다. 하나의 단어로 충분히 드러낼 수 있는 어둠이다.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주문을 외우면서 손목을 드러낸다. 이미 당신이 갖고 있는 것으로도 충분합니다. 의미는 동일하다. 보편적으로 보여주는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관자놀이에 손을 대고 보폭을 넓혀서 영역을 확보해 나간다. 서 있는 자세 자체가 존재의 목적이 될 수도 있다. 우리들은 아직까지 살아 있습니다. 습관적으로 반추하는 오래된 기억이 있다. 그것은 함께 만들어가는 꿈입니다. 순간순간 움직임을 찾아내어 순간순간 지켜본다. 언젠가 지나간 길은 시간이 지나도 찾아갈 수 있다. 문밖에서 대화를 엿듣지 않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서로 다른 주어와 술어를 서로 같은 주어와 술어처럼 반복하는 순환 구조의 문장을 밝혀낸다. 두 겹으로 흐르는 호흡을 부여한다. 몇 개의 감정이 동시에 흐르고 있다. 당신의 집은 텅 빈 극장과 숲과 강 사이에 놓여 있다. 기도를 하듯이 달려간다. 달려 나가듯이 걸어간다. 텅 빈 벽에 외투를 걸어둔다. 외투 속에는 녹슨 못이 하나 있다. 일시적으로 숨겨진 것을 지속적으로 찾아내는 것이 우리의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신의 목소리는 가늘고 길고 좁고 맑았다.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주관적인 판단에 따라 기다리는 일에 조급해하지 않기로 한다. 사라져간 것들에게 익숙해지기까지는 신중하게 배열되고 조합된 감정이 필요합니다. 당신이 취하고 있는 세계로 들어가봅시다. 당신이 숨 쉬고 있는 방식을 들여다봅시다. 쉽게 들을 수 없는 또 다른 목소리가 있다. 텅 빈 수식어로 변모해가는 감정이 있다. 원하는 것은 그저 원한다는 생각만으로는 이룰 수 없습니다. 언어로 꿈꾸는 자가 언어로 취할 수 있는 최소한의 태도를 건네준다. 상징적으로 드러나는 말의 이면에는 반성과 회의의 자세가 숨겨져 있다. 무방비 상태로 사라지고 있는 장면이 점진적으로 전진한다. 당신은 당신이 바라보고 있던 장면이 끝날 때쯤에야 알아차린다. 주위를 둘러보면 자신의 자리를 되찾으려는 목소리들이 있다. 사라졌지만 여전히 상반된 모순 신호를 보내오는 윤곽이 있다. 당신의 언어가 당신이 가지고 있는 최상의 수단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지 묻고 있다. 내일이 오리라는 최소한의 믿음을 지닌 채로 짧은 잠을 청하는 사람들에게 가능성의 장소를 제공하고 싶다. 대비가 뚜렷한 금붕어의 빛깔만큼이나 환히 펼쳐지는 모종의 확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이곳까지 오게 되었습니까. 낯선 곳에서 처음부터 연습을 하고 왔습니다. 손등을 보이며 입을 가리고 있다. 다양한 종으로 분류되는 식물이 있다. 주변을 맴도는 불확실한 움직임이 있다. 어제의 아이들은 온전하고 온당한 장면을 더욱더 많이 목격할 수도 있었다. 무거운 것이 위에 놓여야 합니다. 손을 자주 씻어야 합니다. 순서대로 공평하게 분배하면 마지막에는 나눌 것이 남아 있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 세계에는 어떠한 확고한 원칙도 없기 때문이다. 은밀한 명령어가 뒤섞여 있는 세계 속으로 당신은 쉽게 섞여들지 못한다. 약속 장소는 텅 비어 있었습니다. 아무도 사 가지 않는 기념품처럼 홀로 놓여 있었습니다.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는 않습니다. 외부에서 내부로 걸어 들어가는 과정을 통해 내부에서 외부로 옮겨 갈 수 있는 개인의 고유한 특성을 발견한다.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만 합니다. 당신은 당신의 두 발을 가지런히 모은 채로 바닥에 내려놓는다. 당신은 당신의 그림자가 당신 자신의 보호막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 기억은 어떻게 완결되어가는가. 울지 않고 웃을 수 있습니다. 이제는 눈물 없이 거짓 없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많은 변화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문제는 남아 있다. 채색하고 탈색하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기꺼이 받아들이려는 의지만으로는 부족하다. 일정하지 않은 간격으로 구름이 흘러가는 창문이 있다. 이야기의 전모는 당신 자신만이 알 수 있습니다. 사라져가는 구름 속으로 어제의 그림자를 흘려보낸다. 손이 닿는 익숙한 높이에는 모종의 안락함이 있다. 끝없이 열리는 장소에는 끝없이 열리는 위안이 있다. 담겨 있는 것은 담겨 있지 않은 것으로 존재한다. 네 자신을 걸어둔 곳이 너의 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