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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림 - 나의 마음

 

세 개 이상의 모형:김유림 시집, 문학과지성사 양방향:김유림 시집, 민음사

 

 

 나는 생각보다 유연했다. 나는 생각보다 날쌔고 나는 생각보다 이상적이었다. 누군가에겐 항상. 생각보다 이상형이었다. 그것을 의식하면 얼굴이 굳어 미소 짓기가 어렵다. 선생님의 마음으로 선생님처럼 말하고 어머니의 마음으로 어머니처럼 말하자. 너는 내게로 왔다. 문을 열고 왔다. 검은 바다는 쓸고 들어왔다. 밀물만 있고 썰물이 없는 바닷가에서. 기다렸다. 나는 생각보다 날쌔고 유연하고 이상적인 물고기였다. 너를 노래하는 기타를 치다가 손톱이 벗겨지고 검지가 기형화된 물고기였다. 마음을 가지면 말이 온다. 마음을 가지면 함께 온다. 생각보다 크고 검은 것이 함께 쓸려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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