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울기도 전에
다정한 말들을 썼습니다
이게 어울릴까
서로의 머리를 쓰다듬으면 어두운 가루들이 떨어져버리는
죽은 시간 속에서
늙은 우리는 스무 살에 살던 방에 들어가
버려진 화분을 들여다보았던 것입니다
이 방에서 하루치의 잠을 다녀간 친구들은
조금씩 돋아나는 썩은 잎을 먹고 또 먹었죠
맛있지
응 맛있어
잊고 싶은 것들은 화분에 묻어두자
우리는 너무 닮아 있구나
모든 독성을 받아먹고
화분은 오랫동안 흙을 토해내고 있었습니다
불운으로 가득 찬 이 방에 숨어
깨지 않는 잠 속으로 들어가려고
그러고 나서 쓸까
연필이 부러지고
자꾸만 부서지고 잿빛 가루로 타버릴 동안
죽은 우리는 화분에서
서로에게 몸을 비비다가
그러고 보니 우리는 자란 것이 없다
빈 책상에서 일어납니다
고백보다는 매혹이어야 한다고 믿었던 시간이
하수구로 떠내려갑니다
아픈 것들을 버릴 때마다
모두가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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