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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재 - 슬럼

 

나는 되어가는 기분이다:이영재 시집, 창비

 

 

 연약한 하늘색을 어슬렁대본 적이 있다

 무결한 사람에 들어 있는 사람을 구출할 수 없다

 옥수수와 참치

 옥수수와 참치

 통조림을 먹으며 구덩이를 파고 싶은 기분이 든다

 슬럼프 안에 담겨 있으면 포근하다

 삐뚤빼뚤 열린 하늘을 본다 부피를 본다 색을 본다 경계를 본다 무결을 본다 연 대로 열린 대로

 보이는 걸 보고 있다 올려다보는 사람을 본다

 그 사람을 구태여 하지 않는다

 보다가

 본다

 운명을 믿는 사람을 보고 있다

 시간이 불타는 걸 보고 있다

 포로들은 멈춘 버스에서 단잠 중이다

 나는 되어가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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