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영재 - 싸움

 

나는 되어가는 기분이다:이영재 시집, 창비

 

 

 성내야만 한다

 토마토를 따고 쇠죽을 쒔다

 자주 생각하는 건 아이들이 달리는 장면이다 풍선을 들지 않고

 오이가 길어지는 걸 지켜보다가도 흉터를 남겨놓은 수박이 외피를 회복하지 않길 바라기도 했다 그만둬도 될까

 비가 내리자

 웅덩이였던 곳이 웅덩이가 된다 찰방대는 표면에도 장력이 있다

 자연을 견디지 않는 자연에도

 무수한 잎사귀로 인한 그늘이 있고 볕은 참는 사람의 뺨을 부각시킨다

 의도된 건 아니었다

 참지 않아도 상처는 낫는다 너의 그는

 그의 나를 배회하는 곡선이다

 사실적인 빈집을 더디 가로질러

 너는

 너를 성내야만 했다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영재 - 슬럼  (0) 2021.05.11
이영재 - 대위법  (0) 2021.05.11
이영재 - 코끼리  (0) 2021.05.11
정영효 - 코너  (0) 2021.05.11
정영효 - 전야제  (0) 2021.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