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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재 - 대위법

 

나는 되어가는 기분이다:이영재 시집, 창비

 

 

 화로가 가운데여서

 형성된 주변에 기쁨을 앓던 이들이 모여, 여전한 기쁨을 숨긴 채

 모두가 미움을 곡해하지 않을 미소다

 

 쇠고기를 검게 굽고

 알밤을 까고

 붕어의 살점을 뜯고

 

 형성되는 기분으로

 구운 귤을 균일하게 가른다 훈기가 여름을 살다 온 사람을 데워낸다 그에겐 비치파라솔과 괭이갈매기의 곡선이 웅크려 있다

 

 침묵,

 모두는 기쁨을 조금씩 내게, 잘 섞어 나누어 가졌다 총량이 달라지지 않은 침묵이다 제주의 날씨를 살아온 사람도

 

 버섯은

 감자는 구워지고

 

 숲이 타는 걸 보았다 피동적으로 환해진 얼굴이다

 각자의 중심이

 서로의 기쁨을 질투하는 걸 허락해낸다

 

 주변을 들추면 흰 쥐들이 서로를 발견하고

 발견과

 서로를

 폭력적으로 갸웃해낸다 믿을 수 없는 기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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