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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욱 - 목격자들

 

영원이 아니라서 가능한:이장욱 시집, 문학과지성사 정오의 희망곡:이장욱 시집, 문학과지성사 기린이 아닌 모든 것:이장욱 소설집, 문학과지성사 천국보다 낯선:이장욱 장편소설, 민음사 내 잠 속의 모래산:이장욱 시집, 민음사

 

 

 바퀴 달린 것들에게서 배울 수 있을까, 방향이라는 것을. 회전의 힘을. 뒤집힌 자동차 속에서만

 서로를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을.

 

 저는 오늘의 운세를 믿습니다. 오늘은 동쪽에서 귀인을 만나고, 버스정류장에는 야자수 그늘이 드리워지고, 이제 곧 파도가,

 파도가 밀려들겠지만

 

 우리가 오늘 본 것은 무엇일까? 인생이란,

 적절한 거리에 은행이 있다는 것. 누군가 인출기의 버튼을 누른다는 것. 모자를 눌러쓰고 있다는 것.

 시체안치실의 위치는 알고 있나? 유령의 집은? 당신이 그라면,

 어떤 수염을 붙이고 걸어가겠는가? 카이제르와 채플린 사이에서 당신은,

 

 동쪽으로

 동쪽으로

 이동했을 뿐입니다만.

 

 정류장이란 묵비권을 행사하기 좋은 장소. 범인의 은신처는 그늘이 그늘과 겹쳐지는 곳. 잠재적 범죄자들이 두 손을 내밀어 복권을 구입하는,

 바로 그곳.

 

 우리 중의 누군가가 비명을 질렀다. 갑자기 모든 것이 자명해지는 순간,

 그때 이 남자는 거기에 있었고 저 여자는 여기에 있었습니다만......

 나는 어디에?

 

 버스를 기다리던 사람들이 일제히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는 순간,

 우리의 등뒤에서

 순식간에 사라지는 것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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