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성민 - 무엇이 오는 방식

 

에로틱한 찰리:여성민 시집, 문학동네 부드러움과 해변의 신:여성민 소설, 민음사

 

 

 가령 이런 식, 비가 내리거나 시럽을 듬뿍 넣은 카페라테를 마시거나 비가 내리거나 외롭지 않기 위해 동물원에 가거나 비가 내리거나 흔들리며 흔들리며 비가 내리거나 가령 이런 식, 가까운 숲에서 먼 숲으로 길이 사라지는 지하에서 옥상으로 계단이 사라지는 508동에서 511동 뒤편으로 손전등 불빛이 사라지는 지상에 먼저 도착하기 위해 아이가 신발을 벗는 그러니까 가령 이런 식, 국경선의 한 무리 양떼 옆에 딱딱한 빵을 뜯다가 세 개의 강에서 올라오는 푸른빛을 보며 무릎을 만지는 경계병 소년 옆에 에이케이소총 옆에 소년은 모두 손가락이 길다 케네디는 아직 비행기를 타지 못했다 쓰레기를 뒤지는 개 축구공이 터진 공터 깨진 유리창으로 햇살이 스며드는 스타벅스 매장 옆에 콘크리트 철근에 매달린 트랜지스터라디오 옆에 예스터데이 음 음 음 음 예스터데이 옆에 오줌을 누다가 길의 끝을 바라보는 어린 소녀의 눈동자 옆에, 죽은 눈, 죽은 눈, 그러니까 길의 끝에서 아무것도 오지 않는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성민 - 불빛  (0) 2021.04.28
여성민 - 슬픔이 오는 쪽  (0) 2021.04.28
여성민 - 새와 모자  (0) 2021.04.28
여성민 - 아프리카입니다  (0) 2021.04.28
여성민 - 사각의 식탁  (0) 2021.0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