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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민 - 사각의 식탁

 

에로틱한 찰리:여성민 시집, 문학동네 부드러움과 해변의 신:여성민 소설, 민음사

 

 

 식탁에 오래 앉아 있으면 무릎에 힘이 몰린다 아이야 너는 무릎이 부어올랐구나

 

 오렌지처럼 혹은 글러브

 

 그러면 이제 사각의 식탁으로 오르렴 하얀 타월을 목에 두르고 섀도복싱을 하듯 어깨의 뼈와 몸을 좀 숙이며 전진 전진하지만

 

 둥근 것은 착착 포개진다 본차이나 접시처럼 너는 무릎의 골격을 더 다듬어야 해 맨주먹으로 보이도록

 

 질문하지 않을 때만 우리는 가족이 된다 접시와 접시 사이로 빛이 들어오면 잭나이프처럼 손가락을 펴서 빛의 건반을 누른다 뚝, 뚝, 흑백의 피가 흐르고

 

 오렌지를 따듯 식탁 밑에서 글러브를 따는 아이들

 식탁을 뒤집으면 말구유가 된다

 

 혹은, 뒤집힌, 언약궤

 

 여기 글러브를 닮은 무덤이 있군 그러면 우리가 함께 관을 내리자

 아이들이 모여 식탁으로 사용할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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