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의자는 이제 숲 속에 있다 숲 속에는 생활을 잃은 노인도 숨어든다
아침이면 의자에 앉아 숲의 저편을 본다 저기 보이는 참나무 참나무 그리고 참나무
그 의자는 등받이와 팔걸이도 없어서 노인은 저녁으로 등을 구부린다
비가 오면 숲이 두터워진다 노인은 오두막으로 숨어들고
의자는 그 자리에서 천천히 해체된다
가끔은 숲 속에 톱질 소리가 들린다 노인이 신경질을 부리는 것이다
숲 속에는 노인이 죽어도 무덤도 없고 의자는 흔들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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