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함을 열었더니,
늙은 염소가 얼어 있었어,
목이 뒤로 꺾인 채,
나는 뜨거운 밤이 들어갈까 문을 닫았지.
두번째 사물함을 열었더니,
집 나간 어미가 나를 보았어,
거기서 뭐하세요,
무서워, 무서워,
나는 자물쇠를 걸어주었단다.
세번째 사물함을 열었더니,
잃어버린 악몽이 가득 차 있었네,
뱀의 눈을 가진 남자,
하반신이 잘린 채 눈알을 뽑고 있지 뭐야,
내가 쳐다보자
그는 갓 뽑은 눈알을 내게 주었어,
그가 웃으며 문을 닫았지.
마지막 사물함은 굳게 잠겨 있더라,
통, 문을 두드리고,
퉁퉁, 발로 두드리다
아까 받은 눈알을 밀어 넣고 안을 들여다보니,
길 잃은 사물들이 춤을 추고 있었어,
모든 사물함을 다 잠글 수 있을 자물쇠 주변에서,
둥글게 통, 퉁, 제를 지내듯.
어느새 나는 지루한 시계가 되어
그들과 뛰어다녔단다,
그렇게 하루를, 또 하루를,
사물함 안에서 자물쇠를 걸고, 그렇게,
또, 세계를 닫았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