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게도 정오였다
그네가 관성으로 당겨지고 날아오를 때,
누군가 지구와 달의 충돌을 예언했다
수증기- 주전자의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누수 된 음악
언덕 끝에 희박한 박명이 걸릴 때,
구름처럼 사람들이 흩어졌다 또다시
구름처럼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나는 피아노 의자 속에 실뱀들을 숨겨놓고 안심했다
일상- 우리는 모자를 쓰지 않고 모자 속에서 잠듭니다
소음으로 가득 찬 덤불 속에서
서랍의 붉은 내장이 발효되고 있었다
빵과 소금 없는 산책이었다
카메라의 충격 요법은
깜박이면 휘발되는 눈송이들을 위한 것
찡그리면 토막 나는 빛과 비를 위한 것
먼 행성처럼 돌아온 얼굴을 마주본다
처음으로 현미경을 들여다보고 우는 아이처럼
마지막으로 망원경을 훔쳐보고 웃는 연인처럼
우리는 이야기했습니다- 오렌지나무의 침묵과 딸기밭의 소란에 대하여
아름답게도 자정이었다
나비와 새 따위가 바람에 부딪칠 때, 누군가 말했다
유리창은 고체가 아닙니다
끓어서 증발하려는 얼음입니다 몸과 몸을 부딪치는 잠 속으로 우리는 가라, 앉습니다
젖은 해면처럼 조용한 얼굴로 물잔을 비울 때,
새로운 구름이 도착해 있었다 또다시
해변보다 수평선에 가까워지는 파도처럼 멀어져갔다
더 이상 내가 키우는 악기들의 불가해에 가 닿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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