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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영 - 곤

 

[파란]파이 (김건영 시집), 파란 그대 고양이는 다정할게요

 

 

 바다 위 날개를 다친 새가 마침내 호수로 돌아왔을 때 호수의 지름은 그것을 삼키려 했다 끝끝내 호숫가에 알을 붙이게 만든 중력은 수면을 움켜쥔다 우기의 가능성은 대기 중 소금과 함께 떠돌고 있다

 우산 속에서는 한쪽 어깨가 침몰한다 고개보다 먼저 돌리던 남자의 발걸음이 내는 사력을 이르는 단어가 있었다면 떠도는 입자들의 종착지를 계산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새는 물고기로 환원되는 때가 있다

 깃털에 섞인 바람은 떨어져 나가고

 물기가 그 사이를 채울 때

 구름을 마신 폐가 허공을 마신 아가미와 섞였을 때

 한 걸음 걸을 때 소모되는 숨결

 입김 속의 증기는 위로 올라가고

 마침내 물갈퀴마저 녹게 되는 찰나의 힘을,

 이 단위를 무엇이라 불러야 하는가

 

 나는 이것을 잃어버리기 위해서 걷고 있다

 지느러미의 추진력을 신봉한다

 슬픔을 물질이라 가정했을 때

 젖은 양말들은 곧 반작용을 일으킨다

 원인과 결과가 같으니 부서진 공식만 가득하다

 

 우산 속에서

 함께 걷는 이들은 왼눈이 오른눈을 볼 수 없으니 얼마나 근사한가

 어느 날은 왼눈이 오른눈을 보고야 말았으니

 같이 걷는다는 것은,

 힘의 방향이 멀어질 것만을 증명한다

 다만 하늘에서 별이라는 침묵의 단위를 발견할 뿐이다

 

 행성들은 귓속말을 이해하기 위한 안간힘으로 자전축을 기울이곤 했다는 것을 유추해 낸다 또한 고개를 흔들며 슬픔의 형식을 원심 분리하고 있었던 것을

 

 눈물의 질량이 공기보다 가벼웠다면

 더 많은 별이 생성되었을 거야

 물구나무를 선 가로수들이 기하학적으로 푸르게 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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