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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언 - 당신은

 

소설을 쓰자, 민음사 모두가 움직인다:김언 시집, 문학과지성사 한 문장:김언 시집, 문학과지성사 너의 알다가도 모를 마음:김언 시집, 문학동네

 

 

 - 이 시대의 시들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 나는 그렇게 오래 서 있어 본 적이 없다.

 

 - 그래도 볼 것은 다 보지 않았나?

 - 그건 침실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나는 걸어 다녔다.

 

 - 그래도 옷차림이 바뀌지 않았나?

 - 패션만 보고 그 사람의 심성이 곱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 그건 패션이 아니라 포즈 아닌가?

 - 멍청이들한테는 둘 다 똑같다.

 

 - 구분하는 방법이라도?

 - 그 정도로 성숙했다고 보지 않는다. 우리가.

 

 - 그렇게 말하는 당신은?

 - 공기를 들이마시고 내쉰다.

 

 - 안과 밖의 구분이 없다는 말인가?

 - 뿌리가 깊다는 말이다.

 

 - 다른 나라의 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 시는 번역되지 않는다. 수출할 뿐이다.

 

 - 그건 토산품인가? 공산품인가?

 - 나라의 명에 달렸다. 애석하게도.

 

 - 불가능하다는 말로 들린다.

 - 도서관에서 시인을 발견할 수가 없다.

 

 - 책은 많이 보지 않는가?

 - 불가능한 책들이다. 상은 많이 받고.

 

 - 시 자체가 불가능한 시대 아닌가?

 - 생활력이 강한 시들은 살아남는다.

 

 - 자연을 노래하는 시는?

 - 자연도 인간을 생활한다고 믿는다. 그들은.

 

 - 그렇게 말하는 당신은?

 - 당신과 다르다는 걸로 만족한다.


 - 그래도 뿌리는 같지 않나?

 - 핏줄은 들먹이고 싶지 않다. 대체로 권위적이다.

 

 - 끝까지 남남이 좋은가?

 - 우주는 혼자다.

 

 - 왠지 쓸쓸해 보인다.

 - 충분히 비좁다는 뜻이다. 

 

 - 당신 말고 또 누구를 거론하겠는가?

 - 지구와 화성. 아니면 벌레와 친구.

 

 - 웃음이 많은 시가 좋은가? 울림이 큰 시가 좋은가?

 - 이미 많다.

 

 - 앞으로의 계획은?

 - 내가 먹은 공기를 말하고 싶다.

 

 - 식성이 꽤 좋은 것 같다.

 - 당신을 만나기 전까지 토하고 왔다.

 

 - 지금은 어떤가?

 - 등이나 두드려 달라. 잘 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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