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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언 - 문학의 열네 가지 즐거움

 

소설을 쓰자, 민음사 모두가 움직인다:김언 시집, 문학과지성사 한 문장:김언 시집, 문학과지성사 너의 알다가도 모를 마음:김언 시집, 문학동네

 

 

 아무 의미 없는 숫자를 말할 수 있다는 것

 고통에 사족을 달아 줄 수 있다는 것

 자기 전에 오줌을 누고 침을 뱉을 수 있다는 것

 거품이 인다는 것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다는 것

 냄새나는 친구들과 집을 같이 쓴다는 것

 밟히는 대로 걷고 숨쉬는 대로 말하고 이제는 참을성을 기르는 것

 그럴 수 있다는 것 오줌을 참듯이

 똥 마려운 계집애의 표정을 이해한다는 것

 빨개진다는 것 벌게진다는 것 이것의 차이를

 저울에 달아 본다는 것 눈금을 타고 논다는 사실

 시소게임 하듯 사랑이 먼저냐 사람이 먼저냐

 단어 하나에도 민감한 사상을 다 용서할 것

 그럴 수 있다는 것 모처럼 좋아지려는데

 여기서 시작하고 저기서 끝난다는 것

 아니면 다른 집에서 

 누구 눈에도 띄지 않는 복장을 상상한다는 것

 그건 발견, 그건 발명, 그건 우스갯소리

 말을 바꿔 가며 증명할 수 있다는 것

 경험을 말할 수 없지만 웃음은 이미 터졌다는 사실

 그때의 나를 볼 수 있다는 것

 8시에 시작하고 9시에 끝난다는 것

 아니면 다른 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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