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는 아이를 안고 걸어오는 길이었습니다.
비둘기 두 마리 고추장비빔밥맛 삼각김밥을 쪼아먹고 있었습니다.
너덜너덜 더이상 삼각형이 아닌 삼각김밥처럼
피다 만 것인지 지다 만 것인지 목련나무가
눈비 지나간 사월의 하늘 끝을 어루만지고 있었습니다.
울다 잠이 든 아이는 자다 깨어 다시 울고
우리는 이 모든 것이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압니다.
나뭇가지에 얹혔던 꽃도 눈도 갑작스런 찬바람도
뜨겁게 달아오르는 이마와 볼과 목과 겨드랑이도.
꽃은 나뭇가지에서 피어나지만
나무도 가본 적 없는 세상으로 먼저 갑니다.
공중에 잠깐 머물다 곤두박질치는 꽃잎들을
나무는 돌멩이가 가라앉는 물속 보듯 바라봅니다.
펄펄 끓는 아이를 품에 안고 돌아오며 보았습니다.
아프지 말아라 목련나무야 벚나무야 비둘기야
해열진통제 같은 사월의 눈이
펄펄 끓는 벚나무 이마를 가만히 짚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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