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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연 - 자이언트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안희연 시집, 창비 너의 슬픔이 끼어들 때 : 안희연 시집, 창비 밤이라고 부르는 것들 속에는:안희연 시집, 현대문학 당신은 우는 것 같다, 미디어창비

 

 

 이건 진부한 이야기야

 영혼에 대한 이야기거든

 

 강물에 초를 띄우고

 풍등을 날리고

 납을 녹여 한해의 운을 점치고

 

 그게 뭐든 잃어버린 것이 있어

 창가를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

 

 동화는 말하지

 작고 빛나는 것들은 곧잘 사라진다고

 그래서 작은 줄로만 알았어

 우리의 영혼이라는 것도

 

 침대 밑을 휘적거리면

 딸려나오는 건 먼지 뭉치가 전부였으니까

 훨씬 더 작구나

 작고 작아서 눈으로는 볼 수 없구나 생각했지

 

 그런데 쿵,

 유리창에 부딪친 새를 봤어

 투명할 뿐 분명히 존재하는 세계를 봤어

 

 새를 기절시킨 부위

 영혼의 엉치뼈거나 무릎께였을지도 모른다고

 

 지금껏 왜 작다고만 생각했을까

 올려다봐도 얼굴이 안 보일 만큼 큰 것일 수도 있는데

 

 쉬지 않고 움직이는 구름들

 너머의 얼굴을 상상한다

 

 죽은 나무에서만 자라는 버섯들

 기억하기를 멈추는 순간, 어둠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방

 어제 놓친 손이 오늘의 편지가 되어 돌아오는 이유를

 이해해보고 싶어서

 

 뒤로 더 뒤로 가보기로 한다

 멀리 더 멀리 가보기로 한다

 

 너무 커다란 우리의

 영혼을 조망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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