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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혁 - 할렐루야 이제는 이 말에 위로 받지 못하는 사람들의 시간

 

아네모네, 봄날의책 6:성동혁 시집, 민음사

 

 

 너는 아주 먼 곳으로 유학을 갔고

 나는 그 이후 우표를 모으는 사람이 되었다

 후미등이 떠오르는 저녁이었다

 양복을 입고 사람들이 모였다 돌아갔다

 네 동생은 교복을 입고

 

 다리 위에 서 있던 날엔

 구름을 채집하며 올라가는 네가 보이기도 했다

 관제탑을 피해 잘 걸어가고 있구나

 편지 대신 봉투 안 가득 우표를 넣어 보낸다

 

 달이 아주 낮은 날

 달이 교각 밑에 고인 날

 강물에 쓸려 우리에게 잠깐 빛나던 달

 그건 네 답장이 맞잖니

 

 넌 아직도 많은 후미등을 끌어올리고 있구나

 우표들이 진눈깨비처럼 떨어져

 후미등에 달라붙는다

 영영 떠오르지 않을 듯 브레이크를 밟고

 갓길에 차를 세워 둔 사람들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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