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경전

[유마경] 유진과 무진이란 법의 선물

 

 

 

 아무라팔리 숲의 설법

 그때 세존의 설법이 행해지고 있는 아무라팔리 숲이 갑자기 넓어져 장엄해지고, 그곳에 모인 회중이 모두 황금빛 찬란하게 광채를 발했다.

 그래서 장로 아난다가 세존에게 물었다.

 "세존이시여, 이같이 아무라팔리 숲이 크고 넓어지며, 사람들도 모두 황금빛이 된 것은 무슨 전조입니까?"

 세존이 대답하였다.

 "아난다여, 이것은 비말라키르티와 문수사리 두 사람이 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존경을 받으면서 여래 앞으로 찾아오는 전조이다."

 이때 비말라키르티가 문수사리에게 말했다.

 "문수사리여, 이 많은 사람이 여래를 뵙고 예배할 수 있게끔, 우리 함께 세존이 계신 곳으로 갑시다."

 문수사리가 대답했다.

 "고귀한 선비여, 지금이 적당한 때라고 생각되면 갑시다."

 그때, 비말라키르티는 신통력을 나타내어, 모인 모든 사람을 그 사자좌와 함께 말끔히 오른손 위에 올려놓고, 세존이 계신 장소로 가서 그들을 땅 위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세존의 발 아래 머리를 조아려 예배하고, 세존의 주위를 아홉 번 오른쪽으로 돌아 한쪽에 앉았다. 최상향대여래의 나라에서 온 보살들도 사자좌에서 내려, 세존의 발에 머리를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마찬가지로 샤크라 브라흐마 호세신 천자들도 모두 세존의 발에 머리를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세존은 이들 보살들을 법어로써 위로한 다음 "각자의 자리로 가서 앉으시오" 하고 말했기 때문에 그들도 본래의 자리로 돌아갔다.

 거기서 세존은 샤리푸트라에게 말했다.

 "샤리푸트라여, 그대는 중생들 가운데 가장 높은 보살의 신통력을 보았겠구나."

 샤리푸트라가 대답했다.

 "네에, 보았습니다. 세존이시여."

 세존이 말했다.

 "그때 어떤 느낌이 들었었지?"

 샤리푸트라가 대답했다.

 "세존이시여, 저는 그때 불가사의라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생각할 수도 추측할 수도 없는 그런 기능을 보았습니다."

 

 향식의 소화

 그때, 세존에게 장로 아난다가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아직 일찍이 맡은 일이 없는 향기가 나는데, 이것은 누구의 것입니까?"

 세존이 말했다.

 "아난다여, 최상향대여래 불국토에서 온 보살들의 모든 털구멍으로 향기가 풍기고 있는 것이다."

 샤리푸트라도 말했다.

 "장로 아난다여, 우리들 몸에 있는 모든 털구멍으로부터도 그와 똑같은 향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아난다가 물었다.

 "어찌하여 향기가 풍기는 것입니까?"

 샤리푸트라가 대답했다.

 "리차비의 이 비말라키르티가 최상향대여래의 불국토 일체묘향세계로부터 식사를 얻어 왔습니다. 그것을 먹은 모든 사람의 몸에서 이같은 향기가 풍기는 것입니다."

 거기서 장로 아난다는 비말라키르티를 향해 물었다.

 "이 향기는 얼마 동안이나 계속되는 것입니까?"

 비말라키르티가 대답했다.

 "먹은 것이 소화되는 동안입니다."

 아난다가 물었다.

 "먹은 것은 얼마 동안 소화됩니까?"

 비말라키르티가 대답했다.

 "7주간에 걸쳐 소화될 것입니다. 그 뒤 다시 이레 동안은 얼굴빛도 좋아지게 될 것입니다. 오래 소화되지 않는다고 해서 해가 되지는 않습니다. 장로 아난다여, 궁극의 결정을 아직 얻지 못한 비구가 이 음식을 먹게 되면, 궁극의 결정을 얻게 된 다음 소화될 것입니다. 이미 이 결정을 얻어 가진 사람이 이 식사를 하게 되면, 그 마음의 해탈을 얻지 못하는 한은 소화되지 않을 것입니다. 또 무상의 깨달음에 대해 발심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이 이 식사를 하게 되면 발심한 때에 그것은 소화될 것입니다. 이미 발심한 사람이 먹게 되면, 확신의 앎을 얻지 못하는 한 소화는 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 확신의 앎을 얻은 사람이 먹게 되면, 일생보처가 되었을 때 소화되게 될 것입니다. 대덕 아난다여, 예를 들어 구미라고 불리는 고급 약을 복용했을 때는, 모든 독이 사라져 없어지지 않는 한, 이 약도 소화되지 않고, 독이 없어진 뒤에 소화됩니다. 그것과 마찬가지로 번뇌라고 하는 모든 독이 사라지지 않는 한은, 이 음식물은 소화되지 않고, 번뇌가 없어진 뒤에 비로소 소화되는 겁니다."

 거기서 아난다는 세존에게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이 음식은 마치 불타와 같은 역할을 합니다."

 

 불타의 역할

 세존이 말했다.

 "그렇다 아난다여, 그대가 말한 그대로이다. 아난다여, 어떤 곳에서는 보살이 불타의 역할을 하는 불국토도 있다. 어느 불국토에서는 보리수가, 어느 불국토에서는 여래의 상호를 보는 것이, 어느 불국토에서는 의복이 불타의 기능을 하는 곳도 있다. 그것과 마찬가지로 식사가 불타의 역할을 하고, 강이, 원림이, 궁전이, 누각이 불타의 역할을 하는 곳도 있다. 화작된 것이, 허공이, 공간이 마찬가지로 불타의 역할을 하는 곳도 있다. 이같이 하여 중생이 인도되는 것이다. 아난다여, 마찬가지로 또, 꿈 그림자 물 속의 달 메아리 헛그림자 아지랭이의 비유를 말하고, 문자와 어원을 말하여, 사람들에게 불타의 역할을 하는 곳도 있다. 어느 경우에는 말을 표시하여 불타의 역할을 행하는 불국토도 있다. 어느 경우에는 무어 무언 무설 무표시에 의해 사람들에게 불타의 역할을 하고, 이리하여 청정하게 된 불국토도 있다. 아난다여, 불타세존의 행주좌와, 매일 쓰는 도구와 입고 먹는 것 등으로 사람들을 인도하기 위한 불타의 역할을 하지 않는 것은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다.

 사람을 괴롭히는 네 가지 마와 8만 4천의 번뇌의 문이라고 하는 것마저, 제불세존은 그것에 의해 불타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아난다여, 이것이 모든 불타의 특성의 문에 들어간다고 부르는 가르침의 문이다. 이 법문에 이미 들어온 보살은 모든 광대한 덕으로써 꾸며져 있지 않고 더러워져 있는 불국토를 만나더라도 의기소침하는 일은 없다. 거꾸로 모든 광대한 덕으로써 꾸며진 청정한 불국토를 만나더라도 기뻐하거나 자랑하는 일이 없이, 여래에 대한 존경을 깊이하는 것이다. 일체법이 평등한 것을 터득한 제불세존이 사람들을 성숙시키기 위해, 갖은 불국토를 나타내 보이는 일은 참으로 경탄할 일이다. 아난다여, 모든 불국토의 성질은 깨끗하고 그렇지 못한 것에 의해 각각 다르지만, 불국토를 덮고 있는 상공과 허공에는 차별이 없다. 그것과 마찬가지로 눈에 보이는 여래의 몸에는 차별이 있지만, 가로막는 것이 없는 여래의 앞에는 차별이 있다.

 아난다여, 모든 불타에 있어서, 그 모양과 빛깔 광휘 신체 상호 존귀한 태어남 계율 선정 지혜 해탈 해탈했다고 하는 지견 십력 사무외 그 밖의 불타의 특성 큰 사랑 큰 슬픔 이익을 주려하는 의욕 행 주 좌 와 행실 가는 길 수명의 길이 설법 사람들을 성숙시키는 것 사람들을 해탈시키는 것 불국토를 깨끗이 하는 것 등은 일체의 불법이 완성한 점에 있어서 모두 같은 것이다. 그런 까닭에 완성된 각자라 말하고, 여래라 불리고, 불타라 일컬어진다.

 아난다여, 이 세 말씀의 깊은 뜻이나, 그 말씀의 해석은, 비록 그대의 수명이 1겁의 길이가 되어도 쉽게 그것을 다 알 수는 없다. 삼천대천세계에 속한 중생이, 그대와 마찬가지로 많은 것을 들은 사람, 기억을 잘 하는 사람, 다라니를 얻은 사람 중에서 최고의 사람일지라도, 그들이 아난다와 같은 사람이라도, 완성한 각자 여래 불타라고 하는 이들 세 말씀의 분명한 해석을 알기에는 1겁이 걸려도 불가능하다. 아난다여, 이같이 불타의 깨달음은 무한하며 여래의 앎과 변재에는 헤아려 알 수 없는 것이 있다."

 거기서 세존께 향하여 아난다가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오늘부터 앞으로는 제가 다문제일이라고는 감히 말하지 않겠습니다."

 세존이 말씀했다.

 "아난다여, 마음을 위축시켜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내가 너를 다문제일이라고 말한 것은 성문들에 대해 말한 것으로, 보살들 가운데서라고 말한 것은 아니다. 아난다여, 보살이 다문인 것은 물론이고, 그들이 들은 수량은 지자로서도 측량해 알 수 없다. 큰 바다의 깊이는 측량할 수가 있어도, 보살의 지혜와 지식과 기억과 다라니와 변재의 깊이는 측량할 수가 없다. 아난다여, 그대는 보살이 행하는 일에 대해서는 판단을 내리지 않아도 된다. 왜냐하면 비말라키르티가 이 오전 중에만 보여 준 신변만 해도, 신통력을 얻은 모든 성문과 독각이 백천 코니 겁 동안, 신통력과 신변력을 써도 미칠 수 없는 것이다."

 

 성문의 법어, 유진 무진 해탈법문

 그때 최상향대여래의 불국토로부터 와 있던 보살들은, 모두 합장하여 여래를 예배하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

 "세존이시여, 우리들이 처음 이 불국토로 왔을 때 품었던 업신여기는 생각을 지금은 끊어 버리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제불세존의 경지와 오묘한 방편에는 생각도 미치지 못하는 바가 있습니다. 일체의 중생을 성숙시킬 목적 밑에, 사람 사람의 소원에 따라, 국토는 다른 모습으로써 나타나고 있습니다. 세존이시여, 우리는 일체묘향세계로 돌아가지만, 그 뒤로도 세존을 생각하게끔 뭔가 법의 선물을 주십시오."

 이렇게 청을 받고 세존은 말했다.

 "좋은 집안의 아들이여, 유진과 무진이라고 불리는 보살의 해탈 법문이 있으니 그대들이 배워야 할 것이다. 그것은 어떤 것인가. 유진이라고 하는 것은 유위가 멸진하는 것이다. 무진이라 하는 것은 무위에 멸진이 없는 것이다. 그러나 그 경우, 보살은 유위를 멸진시키지 않고, 무위 속에 스스로를 고착시키지 않는다. 그 속에서 유위를 멸진시키지 않는다는 것은 다음과 같이 함을 말하는 것이다.

 대자에서 후퇴하지 않고, 대비를 버리지 않는 것이다. 깊은 결의에 유래하는 일체지의 마음을 잊지 않고, 사람 사람을 성숙시켜 싫어하는 일이 없다. 사섭사를 버리지 않고, 진실의 법을 수지하기 위해서는 몸과 마음을 아끼지 않는다. 선을 행하여 싫어할 줄을 모르고, 회향에 교묘하고자 계획한다. 법을 찾아 게으른 일이 없고, 법을 설하여 스승의 주먹이 없다. 여래를 만나 공양하는 일에 노력하며, 일부러 윤회 속에 태어남을 택하는 까닭에 그 태어남을 두려워하는 일이 없다. 운이 성할 때나 뜻을 잃었을 때나, 거만해지지도 않고 비굴해지지도 않는다. 배우지 못한 사람을 업신여기지 않고 배운 사람에 대해서는 스승처럼 공경하고 사랑한다. 번뇌가 성한 사람을 도리에 따라 다시 일어서게 한다. 한적한 것을 좋아하나 그것에 애착하지 않는다. 자신의 행복에 집착하지 않고 남의 행복에 애착을 갖는다. 선정과 삼매와 명상에 미착하지 않고 그것들이 무간 지옥인 것처럼 본다. 반대로 생사윤회를 유원처럼, 또 열반처럼 생각하고, 물건을 빌리는 사람을 좋은 친구로 본다. 모든 소유물을 그에게 주고 일체지를 완성시키고 싶어한다.

 파계한 사람에 대해서는 구원을 주려고 생각한다. 바라밀다를 아버지나 어머니처럼 생각하고 보리분법을 주인을 섬기는 시종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선근을 쌓아 싫어하는 일이 없고, 모든 불국토의 덕을 자기 국토에도 완성한다. 상호를 원만히 하기 위해서는 무차대회를 베푼다. 모든 악을 행하지 않고, 몸도 말도 마음도 아름답다. 몸과 말이 청정하고, 마음도 청정하기 때문에 무수겁 사이에도 윤회 속에 있을 수 있다. 마음이 용맹하기 때문에 불타의 무한한 덕을 듣고도 겁내는 일이 없다. 번뇌의 적을 분쇄하기 위해서 예리한 지혜의 칼을 잡는다. 일체중생의 무거운 짐을 대신 지기 위해서 온 계 처를 끝까지 다 안다. 마귀의 군대를 꺾기 위해 정진의 불길을 태워 올린다. 만심을 없애기 위해서 앎을 찾는다. 법을 수지하고 있기 때문에 욕심이 적고 가난한 것에 만족한다.

 모든 세상 사람을 기쁘게 하기 위해서는 세간적인 모든 사람과 섞이지 않는다. 세간에 적합하기 위해서는 모든 행주좌와를 파괴하지 않고, 모든 행위를 바르게 보이기 위해서는 신통을 일으킨다. 들은 것을 모두 간직하기 위해서 다라니와 기억과 앎이 있다. 사람들의 모든 의념을 끊기 위해서, 그들이 총명한 기근인가 아닌가를 안다. 법을 말하기 위해서는 불타의 힘의 도움이 막힘없이 주어진다. 변재를 획득함으로써 변설도 방해되는 일이 없다. 십선업도를 깨끗이 하기 때문에 귀신과 사람의 복을 받는다. 사무량심을 낳음으로써, 브라흐마 신의 길에 몸을 둔다. 설법을 청하여 그것을 기뻐 찬양하기 때문에 불타의 소리를 듣는다. 몸과 말과 마음을 제어하여 진취향상하고, 일체법에 집착하지 않기 때문에 불타와 같은 행주좌와를 얻는다. 보살의 모임을 통솔하여 대승으로 이끌어 넣는다. 모든 덕을 잃지 않고 방종하지 않는다.

 좋은 집안의 아들이여, 위에 말한 것과 같이 하여 보살은, 법에 있어서 정진하고 유위를 멸진하지 않는다. 무위 속에 고착하지 않는다는 것은 어떤 것인가.

 보살은 공성에 있어서 수련은 쌓으나, 공성을 현실적인 장면으로 가져오는 일은 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무상에 있어서나 무웬에 있어서나 또 무작에 있어서나 수련을 하나, 그것들을 현실의 깨달음이라고 하여 고착하는 일은 없다. 제행은 무상이라고 관찰하지만 선근을 쌓아 그치는 일이 없다. 일체는 고라고 관찰하지만 새삼 생사 속에 들어간다. 제법은 무아라고 관찰하지만 아가 전혀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열반은 적정이라고 관찰하면서도 궁극의 적멸을 낳게 하지 않는다. 한정의 좋은 점은 관찰하지만 몸으로도 마음으로도 노력하게 된다. 의지할 근저가 없는 것을 관찰하지만 희고 깨끗한 법의 귀취하는 근저를 부정하지 않는다. 무생이라고 관찰하지만 중생의 무거운 짐을 떠맡는다.

 무루의 세계를 관찰하지만, 윤회의 흐름도 추구한다. 갈 것이 없다고 관찰하지만 중생의 성숙을 위해서는 가기도 한다. 무아를 관찰하지만 사람 사람에 대한 대자비심은 잃지 않는다. 무생을 관찰하지만 성문의 결정성에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공허하다, 무가치하다, 중핵이 없다. 주권의 주체가 없다. 머무는 곳이 없다, 라는 것을 관찰하기는 한다. 그러나 복덕은 공허한 것이 아니며, 앎도 무가치한 것은 아니다. 사유에는 중핵이 있어 충족해 있고 타에 의존하지 않는 주체적인 앎으로 관정되어 주권가가 되고 노력해서 그것을 추구하며 또 요의경의라는 불타의 가계를 머무는 곳으로 한다. 이리하여 좋은 집안의 아들이여, 이같은 법에 대해서 신순한 생각이 있는 보살은 무위에 고착하지 않고, 또 유위를 멸진시키지 않는다. 

 또 좋은 집안의 아들이여, 보살은 복덕의 재자를 쌓는 것이므로 무위에 고착하지 않는다. 앎의 자재를 쌓는 데 있어서는 유위를 멸진시키지 않는다. 불타의 상호를 완성시키는 것이므로 무위에 고착하지 않고, 그 일체지를 완성하는 점에서는 유위를 멸진시키지 않는다. 교묘하게 방편을 쓰기 때문에 무위에 고착하지 않고, 깊은 지혜에 의해 고찰하기 때문에 유위를 멸진시키지 않는다. 불국토를 깨끗이 하는 점에서는 무위에 고착하는 것이 아니고, 불타의 힘이 초인적으로 더해지는 점에서는 유위를 멸진시키지 않는다. 사람 사람의 의를 즐기기 때문에 무위에 고착하지 않고, 법의 뜻을 바르게 말하기 때문에 유위를 멸진시키지 않는다. 선근을 쌓기 때문에 무위에 고착하지 않고, 선근의 훈습이 남기 때문에 유위를 멸진시키지 않는다. 서원을 완성하려 하기 때문에 무위에 고착하지 않고, 멸 열반에 대해서는 무원이기 때문에 유위를 멸진시키지 않는다. 바른 의욕이 청정하기 때문에 무위에 고착하지 않고, 깊은 결의가 청정한 점에 있어서는 유위를 멸진시키지 않는다. 오신통 가운데 놀기 때문에 무위에 고착하지 않고, 불타의 앎에 육신통이 있는 점에서는 유위를 멸진시키지 않는다.

 여러 가지 바라밀다를 충족시키기 때문에 무위에 고착하지 않고, 시간 끝까지 다하기 때문에 유위를 멸진시키지 않는다. 법의 보물을 모으기 때문에 무위에 고착하지 않고, 규모가 작은 소승의 법을 구하지 않기 때문에 유위를 멸진하는 것은 아니다. 법의 약을 모으기 때문에 무위에 고착하지 않고, 이치에 따라 법의 약을 쓰기 때문에 유위를 멸진시키지 않는다. 맹세를 굳게 지키기 때문에 무위에 고착하지 않고, 깨어진 맹세를 제어하기 때문에 유위를 멸진시키지 않는다. 법의 약을 모두 완성하기 때문에 무위에 고착하지 않고 못한 약도 복용하기 때문에 유위를 멸진시키지 않는다. 번뇌의 병을 모두 다 알기 때문에 무위에 고착하지 않고, 모든 병을 가라앉히기 때문에 유위를 멸진시키지 않는다.

 좋은 집안의 아들이여, 위에 말한 것과 같이 보살은 유위를 멸진시키지 않고, 또 무위에 고착하지 않는다. 이것이 보살의 유진 무진의 해탈로서 그대들 고귀한 선비들도 또 여기에 대해 노력하는 것이 좋다."

 이들 보살들은 이 설법을 듣고 만족 환희하며 큰 희열에 싸였다. 그리고 세존을 찬양하기 위해, 또 보살들과 이 법문을 찬양하기 위해, 많은 향과 말향과 선향을 삼천대천세계의 모든 것을, 무릎 높이까지 밀어채웠다. 이 같이 세존의 이 모임에 향과 말향을 두루 뿌린 다음 세존의 발에 머리를 조아려 예배하고, 세존의 주위를 세 번 오른쪽으로 돌며 찬송을 말한 다음, 이 불국토에서 홀연히 모습을 감추어 한순간 사이에 일체묘향세계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