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유지소 - 질투 수업

 

이것은 바나나가 아니다, 파란 제4번 방, 천년의시작 셰익스피어 헤어스타일, 호밀밭 순진한 짓, 사문난적

 

 

 오늘도 사각 타일을 질투합시다

 이렇게 매끄럽고 이렇게 희고 이렇게 반듯한 사람

 또 없습니다

 

 오늘도 변함없이 오 분마다 질투합시다

 

 빚쟁이가 오 분에 한 번씩 전화벨을 울려 대는 것처럼

 붕어빵 틀이 오 분에 한 마리씩 붕어빵을 구워 내는 것처럼

 

 사각 타일은 사각 타일끼리 모여서

 겨우 화장실 벽이거나

 겨우 화장실 바닥입니다

 

 사각 타일과 사각 타일 사이에 꽃피는 것은

 겨우 까만 물때이거나 까만 곰팡이입니다

 

 우리가 물방울이라면

 샤워기에서 쏟아지는 물방울처럼

 따로따로 

 방울방울

 흩어져서 질투합시다

 

 물방울은 물방울끼리 모여도 여전히 물방울입니다

 

 그의 두 뺨에 두 가슴에 두 거기에

 맺히면서

 구르면서

 흘러내리면서

 끝끝내 얼룩을 남기면서 질투합시다

 

 이렇게 한결같고 이렇게 평화롭고 이렇게 속없는 사람

 또 없습니다

 

 참을 수 없는 가려움으로

 참을 수 없는 간지러움으로

 오늘도

 전투적으로!

 마지막 질투를 개발합시다

 오분 후에 사라질 거품이

 거품 위에 거품을 물고 엎어지는 것처럼

 오 분 후에 죽을 사람이

 죽을힘을 다해 담배를 꼬나무는 것처럼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유지소 - 나비  (0) 2020.11.30
유지소 - 우리테니스교실  (0) 2020.11.30
유지소 - 콜라주 20081224  (0) 2020.11.30
유지소 - 이것은 바나나가 아니다  (0) 2020.11.30
유지소 - 텔레비전요리프로그램  (0) 2020.1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