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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종규 - 공중을 들어 올리는 하나의 방식

 

공중을 들어 올리는 하나의 방식:송종규 시집, 민음사 당신이라는 호수 민음사 녹슨방

 

 

 기억의 반을 세월에게 떼 준 엄마가 하루 종일

 공중에게, 공중으로, 전화벨을 쏴 댔다 소방 호스처럼

 폭포를 이룬 소리들이 공중으로 가서 부서졌다

 

 휘몰아치는 새 떼들

 

 머리 위에 우두커니 떠 있는 공중, 나는

 공중에 머리를 박고 공중에 대해 상상하다가 공중을 증오하다가

 털신처럼 깊숙이 발 밀어 넣고 공중에서,

 공중을, 그리워하다가 들이마시다가

 

 깊은 밤 불 밝힌 네 창으로 가기 위해

 내 방의 불을 켠다

 네 불빛과 내 불빛이 만나 공중 어디로 가서

 조개처럼 작은 집이라도 짓기나 한다면

 

 이것은 연애가 아니라 공중을 일으켜 세우는 하나의 방식 

 모든 공중에, 모든 공중을, 의심하거나 편애하거나

 생략하기도 하면서

 

 휘몰아치는 저 새 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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