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반을 세월에게 떼 준 엄마가 하루 종일
공중에게, 공중으로, 전화벨을 쏴 댔다 소방 호스처럼
폭포를 이룬 소리들이 공중으로 가서 부서졌다
휘몰아치는 새 떼들
머리 위에 우두커니 떠 있는 공중, 나는
공중에 머리를 박고 공중에 대해 상상하다가 공중을 증오하다가
털신처럼 깊숙이 발 밀어 넣고 공중에서,
공중을, 그리워하다가 들이마시다가
깊은 밤 불 밝힌 네 창으로 가기 위해
내 방의 불을 켠다
네 불빛과 내 불빛이 만나 공중 어디로 가서
조개처럼 작은 집이라도 짓기나 한다면
이것은 연애가 아니라 공중을 일으켜 세우는 하나의 방식
모든 공중에, 모든 공중을, 의심하거나 편애하거나
생략하기도 하면서
휘몰아치는 저 새 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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