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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전

[유마경] 생각이 미치지 못할 교묘한 방편

 

 

 비말라키르티라는 인물

 그 무렵 바이샬리의 성에, 리차비족의 비말라키르티라고 불리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 그는 과거세에 승리자를 존경하여 선근을 쌓았고, 많은 불타를 예배하였으며, 모든 것은 나지 않는다고 하는 지혜를 얻고, 영지의 변재를 얻고, 대신통을 가지고 놀고, 다라니를 얻어 두려움이 없는 사람이 되었다. 또한 그는 마귀와 적대자를 끊고 비상히 깊은 법의 본성에 잘 통하여 반야바라밀다에 의해 완성된 사람이었으며, 교묘한 방편을 잘 이해하고 대원을 성취하고, 중생이 즐겨 행하려 하는 것을 잘 알고 있었고, 중생의 근기와 이 둔을 잘 분별하며, 그 하나하나에 맞는 설법을 하고 이 대승에서 힘써 지혜를 닦으며 행동할 때는 잘 고찰하여 불타와 같은 행동을 하고, 바다처럼 넓고 깊은 뛰어난 지혜로 들어가, 모든 불타에게 칭찬받는 사람이 되었으며, 인드라, 브라흐마, 그 밖의 온갖 세상을 지키는 신들의 존경을 받았다. 다만 그는 중생을 성숙시키려는 목적을 지녔으며, 방편에 통해 있는 까닭에 바이샬리의 큰 성에 살고 있는 것이다.

 의탁할 곳 없는 중생과 빈궁한 사람을 구하기 위해서는 부족함이 없는 재산을 그는 가지고 있다. 계율을 깨뜨린 사람을 구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깨끗이 계율을 지키는 사람이 된다. 악역하여 해칠 뜻이 있고 계율을 깨뜨려 성이 나서 날뛰는 중생을 건지기 위해 정진의 불길을 태우고, 혼란한 마음을 가진 사람을 구하기 위해 선정과 염과 삼매를 닦는다. 무지한 사람을 구하기 위해 결정적인 지혜를 확고하게 닦았다.

 속인이 입는 흰 옷을 몸에 입고 있으면서, 사문의 행실을 완전히 하고 집에 있으면서 욕계와도 색계와도 무색계와도 접촉하지 않고 초월하여 있다. 자식들과 아내와 하인들을 가지고 있어도 항상 깨끗하게 몸을 지니며 일족들에 둘러싸여 있어도 한적한 가운데 몸을 둔다. 장신구로 꾸미고 있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불타와 똑같은 상호를 가지고 언제나 몸을 꾸미며 보통 음식물을 먹는 것처럼 보이나 실제로는 항상 선정의 기쁨이란 식사를 한다.

 도박과 쌍륙놀이를 하는 곳에도 나타나지만, 그것은 항상 도박과 쌍륙놀이에 빠져 있는 사람들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기 위해서다. 온갖 이교도를 찾아다니기는 하지만, 불타로부터 떨어지지 않으려는 염원을 품고 있다. 세속적인 주문과 논문 및 세속적인 것을 초월한 세계의 주문과 논문 따위를 알고는 있지만, 항상 불법을 좋아하며, 모든 회합에도 출석하지만 장로로서 가장 존경받고 있다.

 그는 또 정법을 간직하고, 어른은 어른대로 잘 모시고 어린 사람은 어린 사람대로 포용해서 인생의 모든 분야에서 회복하게 살았다. 그는 세속의 이익을 얻을지라도 그것이 최고의 가치인양 좋아하지 않았다. 그는 사람 사는 구석구석 거리마다 돌아다니며 항상 요익중생하였고, 정치를 하면 일체중생을 구호하였고, 법문하는 곳에 가면 대승으로써 인도하였고, 학당에 들어가면, 나이 어린 사람, 혹 음사에 들어가게 되면 욕심의 잘못됨을 가르쳐 주고, 술집에 들르면 정신을 차려 뜻을 세우도록 하였다.

 만약에 장자들 속에 있으면 장자들 사이에서 가장 으뜸가는 장자가 되어, 그 사람들을 위해서 훌륭한 법을 설하고, 만약 거사들 속에 있으면 거사 중에 으뜸이 되어, 그들에게 탐착심을 끊으라고 가르치고, 만약 왕족 속에 있으면 으뜸가는 크샤트리아가 되어, 그들에게 인욕을 하라고 가르치고, 만약 바라문 중에 있으면 바라문의 으뜸이 되어, 그들에게 아만을 제거하라고 가르치고, 만약 대신들 속에 있으면 대신들 중의 으뜸이 되어, 그들에게 정법을 가르쳐 정법을 알아야 한다고 가르치고, 만약 왕자들 속에 있으면 왕자들 중의 으뜸이 되어 충효를 가르쳐 주고, 만약 내관들 속에 있으면, 내관 중에 으뜸이 되어 내관에게 궁녀를 다스리는 법을 가르쳐 주고, 만약 서민들 중에 있으면, 서민들 중의 으뜸이 되어 서민들에게는 열심히 노력해서 복받는 힘을 기르도록 가르쳐 주고, 만약 범천들 사이에 있으면, 범천 중 으뜸이 되어 그들에게 지혜가 모자라 범천으로 남아 있으니, 더 훌륭한 범천을 가꾸라고 가르쳐 주고, 만약 제석천 사이에 있으면 제석천 중 으뜸이 되어, 그들에게 무상을 가르쳐 주고, 만약 사천왕 사이에 있으면 사천왕 중 으뜸이 되어 그들에게 중생을 지키는 것이 본분임을 일러 주었다. 이와 같이 리차비족의 사람, 비말라키르티는 교묘하게 방편을 구사하는 무량한 지혜를 갖추고, 바이샬리의 큰 성에 살고 있었다.

 

 비말라카르티의 병

 그는 방편이 뛰어났으므로 자신이 질병이 있는 것처럼 나타냈다. 그리하여 문병을 위해, 바이샬리의 큰 성으로부터는 국왕, 대신, 관리를 비롯하여 젊은 사람의 일단, 바라문 가장들 장사꾼 마을 사람, 지방에 있는 사람과 그밖의 수천 명의 사람들도 위문을 갔다. 거기에 모인 사람들에게 비말라키르티는 네 원소로 된 이 육신에 대해 설법하였다.

 "여러분, 이 몸은 무상한 것이며, 무강한 것이며, 무력한 것이며, 무견한 것이며, 빠른 속도로 썩게 되었고, 믿을 것이 못됩니다. 고뇌의 원인이 되며, 갖가지 병이 모이는 것입니다. 여러분, 이와 같은 몸은 지혜에 밝은 사람은 믿고 의지하지 않는 법입니다. 이 몸은 부딪히는 바다의 물방울이어서 쥐고 만질 수도 없고, 이 몸은 거품과 같아서 오래 서 있지 못합니다. 이 몸은 아지랑이 같아서 갈애로부터 생겨난 것, 이 몸은 파초와 같아서 벗기고 벗겨도 그 속에 남는 것이 없습니다. 이 몸은 허깨비 같아서 잘못된 생각 때문에 생겨난 것이요, 이 몸은 꿈과 같이 망견이 만든 바입니다. 이 몸은 그림자입니다. 어떻게 누구와 무엇을 했는가라는 업연에 따라 나타나는 것이요, 이 몸은 메아리입니다. 여러 가지 인연에 따라서 생기는 것이요, 이 몸은 뜬구름입니다. 아주 순식간에 변화하고 사라지고 합니다. 이 몸은 번개와 같은 것, 생각마다 생각마다 바뀌고 한 군데 머물지를 않습니다.

 이 몸에는 주인이 없습니다. 대지와 같습니다. 이 몸에는 아가 없습니다. 불과 같습니다. 이 몸에는 영원한 수명 따위가 없습니다. 바람과 같습니다. 이 몸에는 변화하지 않는 개체란 하나도 없습니다. 물과 같이,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내가 같을 수 없습니다. 이 몸은 부실합니다. 지수화풍을 집으로 삼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몸은 무지입니다. 초목이나 와력과 다를 바 없습니다. 이 몸은 무작입니다. 바람의 힘으로 움직이며 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몸은 부정합니다. 더러움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입니다. 이 몸은 허위입니다. 비록 방편을 써서 목욕을 하고, 옷을 입히고, 음식을 먹인다 할지라도, 반드시 마침내는 마멸하고 마는 것입니다. 이 몸은 재난 덩어리입니다. 백한 가지 병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 몸은 저 언덕 위의 마른 우물입니다. 늙어 죽을 날이 가까이 와 있습니다. 이 몸은 무정입니다. 안정된 것이 없을뿐더러 불안정하기 이를 데 없고 죽음만 기다릴 수밖에 없습니다. 이 몸은 5명의 사형 집행인과 같고, 독사와 같고, 사람 안 사는 텅 빈 마을과 같습니다. 오온과 십팔계와 십이처, 이런 것들이 함께 복합적으로 만들어 내고 있을 뿐입니다.

 여러분, 이런 허망한 몸을 좋아할 것이 못됩니다. 마땅히 불신을 존귀하게 생각하여야 합니다. 왜냐하면 불신이 곧 법신이니까 말입니다. 법신은 무량한 공덕과 지혜가 갖추어졌을 때 생깁니다. 계 정 혜 해탈 해탈지견에서 생기는 것이요, 자 비 희 사에서 생기는 것이요, 보시 지계 인욕유화 근행정진 선정해탈삼매 다문지혜의 여러 가지 바라밀에서 생기는 것이요, 방편을 쓸 줄 아는 것에서부터 생기는 것이요, 육통 삼명 삼십칠도품 지관 십력 사무소외 십팔불공법에서 생기는 것이요, 일체불선법을 끊어버리고, 일체선법을 모음으로써 생기는 것이며, 진실로부터 생기는 것이요, 방일하지 않아야 생기는 것이며, 이와 같은 무량한 청정법으로부터 여래의 몸은 생기는 것입니다.

 여러분, 불신, 여래의 몸을 얻고, 일체중생의 병을 끊고자 하면 마땅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발해야 됩니다."

 이렇게 리차비족인 비말라키르티가 문병을 온 사람들에게 설했을 때 그 결과로 8천 명의 많은 사람들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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