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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주 - 시각장애인과 시계 수리공

 

차가운 사탕들:이영주 시집, 문학과지성사 언니에게:이영주 시집, 민음사 여름만 있는 계절에 네가 왔다:이영주 신작 시집, 아시아 어떤 사랑도 기록하지 말기를:이영주 시집, 문학과지성사

 

 

 시계를 고쳐주고 돌아섭니다

 그는 창고에서 울고 있습니다 자신이 묻혀 사는 목소리를 떠나려고

 시간 밖에서 바닥에 동그라미를 그리고 있었습니다

 너의 손은 매우 젊구나 가장 낯선 부분을 만지면서

 

 때로 닫힌 눈을 생각할 때 그는 수수께끼라고 여겼습니다

 철근을 붙잡고 이것은 수수께끼라고

 무엇인가를 바라보는 삶은 어떤 시간입니까

 돌아선 채 한 장소에 머물러 있습니다 손으로 볼 수 있는 시계를 쥐여주고

 

 고대 슬라브 교회의 기도문에는 한숨이 있습니다 창고 문을 열고 소금과 감탄사, 머리카락과 눈물, 수염과 손가락 들을 모아놓은 죽은 목록을 들추어봅니다 모든 것은 명징하고 해독할 수 없는 양식만 남아 생활이 되었습니다 시계는 살아서 움직이고 이제 밖으로 가야 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그가 사냥해야 할 것은 무엇입니까

 

 눈물은 멈추지 않습니다 목소리가 자신을 떠나려면

 새로운 불행 속으로 들어가야 할까요 그는 고마워서

 내 손을 잡으며 젊은 자의 피부란 물고기의 비늘처럼 비린 것

 

 문을 열어두고 가렴 나는 내가 그렸던 동그라미는 아니겠지 언젠가는 공백이 되겠지 텅 빈 것이 되면 지금을 남겨두려고 가장 낯선 손을 놓고 있습니다 바라본다는 것이 어떤 불행일지 몰라 허공을 만지고 있습니다 침묵 한가운데에서 섬세하게 시계를 만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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