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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승유 - 물을 가득 담은 유리그릇

 

[문학과지성사]나는 겨울로 왔고 너는 여름에 있었다 - 문학과지성 시인선 547, 문학과지성사 아이를 낳았지 나 갖고는 부족할까 봐:임승유 시집, 문학과지성사 그 밖의 어떤 것 - 임승유 시집 (현대문학 핀 시리즈 시인선 9)[ 양장 ]

 

 

 좋아 보여.

 

 그런 말을 들으니 좋았다. 동생이 '언니는'이 아니라 '언니가'라고 했다는 게 한참 후에 기억났고, 그래서 더 좋았다.

 

 그때도 좋고

 

 한참 지나서 더 좋은

 

 둘 다 좋아서 다행이라고

 

 동생이 일어나면 말해줘야지 하다가 "나도 그렇게 지내도 되나? 웃으면서 내가 그래도 되나?" 동생도 보고 있다는 드라마 주인공이 식당에서 밥 먹으며 꺼내놓는 말을 듣다가

 

 아직 잠들어 있는 동생에게

 

 그래도 되나

 

 물어보면

 

 흔들리는 건가. 흔들려서 넘치는 건가. 동생의 잠을 적시는 거라면 싫은데. 내가 너 때문에 되는 일이 없다고 잡히는 대로 집어 던진 물건이 아직 도착 안 한 거라면, 그래서 깨지는 소리가 여기까지 미치지 않은 거라면

 

 모든 걸 물어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무지개 생기는 게 좋아서 물을 가득 담은 유리그릇을 햇빛 닿는 곳에 놓아둔다는 어느 가족 이야기나 꺼내놓으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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