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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승유 - 과거

 

[문학과지성사]나는 겨울로 왔고 너는 여름에 있었다 - 문학과지성 시인선 547, 문학과지성사 아이를 낳았지 나 갖고는 부족할까 봐:임승유 시집, 문학과지성사 그 밖의 어떤 것 - 임승유 시집 (현대문학 핀 시리즈 시인선 9)[ 양장 ]

 

 

 언덕을 오르고 있었다. 내가 언덕을 오르고 있어서 언덕은 내려갈 수 없었다. 고개를 숙일 수 없었다. 몰래 웃을 수도 없었다. 어디 가서 몰래 웃고 오기라도 한 것처럼 언덕을 오르면

 

 언덕은 먼저 가서 언덕이 되어 있었다. 기다리고 있었다. 기다리기 싫어서 먼저 안 간 어느 날

 

 언덕이 사라지기라도 한 것처럼 눈앞이 캄캄한 적도 있지만 언덕을 보면서 언덕을 오르면

 

 언덕은 어디 안 가고 거기 있었다. 한번 언덕이 되면 언덕은 멈출 수 없다. 가다가 멈춘 언덕이라면 언덕은 다 온 것이라고. 잠깐 딴 생각을 하다가 언덕을 잊어버린 언덕처럼 앉아 있으면

 

 네가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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