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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욱 - 토이 스토리

 

영원이 아니라서 가능한:이장욱 시집, 문학과지성사 정오의 희망곡:이장욱 시집, 문학과지성사 기린이 아닌 모든 것:이장욱 소설집, 문학과지성사 천국보다 낯선:이장욱 장편소설, 민음사 내 잠 속의 모래산:이장욱 시집, 민음사

 

 

 나는 쉽게 구겨졌다가

 튀어올랐다.

 스프링의 탄성이 한순간 도시를 채우자

 거리의 사람들은 천천히 입을 벌렸다.

 나는 일어나서 삐걱삐걱

 걸어갔다.

 

 우리는 밤마다 종이인형처럼 잠들었어요.

 꿈이 없으니 이상해.

 열광도 변덕도 없이 잘 잤지만

 큰 눈은 감지 않았네.

 내일이면 우리는 또

 색다른 이목구비를 가질 테니까.

 

 엘리베이터는 위로 아래로

 지하의 터널에서는 전진 또 전진

 당신은 매일 먼 곳으로 당신을 데려갔지만

 저녁이 되자 당신은

 조용히 태엽을 감았습니다.

 목이 빙글빙글

 돌아갔습니다.

 

 스르르 연기가 새어나오는 미니카 안에서

 눈을 감고 있는 여자는 금발의 여자,

 눈썹이 참 길어요.

 운전석의 남자는 열심히 웃고 있지만

 여자의 손을 꼭 잡고 있지만.

 

 검은 눈을 깜빡이지도 않고

 우리는 서로를 마주보았다.

 푸른 등이 켜지자 우리는 일제히

 횡단보도로 몰려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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