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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행숙 - 밤의 한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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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개의 날개로 창공을 가르는 새처럼, 그 새들의 한가운데

 안쪽으로 조금 구부러진 부리처럼

 밤의 한가운데로 걸어가자

 

 한가운데는

 길을 잃어버린 아이의 필사적인 두리번거림 같은 것

 

 쓰레빠 한 짝을 잃어버린 노인이

 어디서부터 길을 잘못 들었는지 모르는 채

 한 방향만 바라보며 계속, 계속 가는 것

 검은 천을 두 쪽으로 가르며 앞으로 나아가는 쇠가위처럼

 

 고집스럽게

 우리 모두 집으로 가는 시퍼런 파도 위에 서 있는 것

 끝이 없는 것

 

 왼쪽이 무한하고

 고개를 돌리면 오른쪽이, 아아아아아 그만큼 무한한 것

 한가운데는

 

 내가 없이 내가 걸어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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