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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민 - 찢은 복도

 

에로틱한 찰리:여성민 시집, 문학동네 부드러움과 해변의 신:여성민 소설, 민음사

 

 

 우리는 너무 가깝고 손목을 구부린다 손목을 구부리면 복도가 생기지 복도에서

 

 복도로 이어지는 손목들 불을 켜면 팔꿈치에서 손목까지 불이 들어온다 모퉁이를 돌면 멀리서 어두운 손목 나는 영원히 복도의 끝에 다다를 수 없다

 

 손의 뒤에 손목을 숨길 줄 아는 당신을 사랑해요

 

 알아요 교묘하므로 나는 아름다워요

 

 네가 없는 방으로 네 아내가 나를 이끈다 눈동자보다 먼저 오는 슬픔과 젖은 손 흩어지는 빛과 머리카락 사상은 침대 위에서 기꺼이 사살되고

 

 붉은 유산들이 장미보다 붉게 유산되는 밤

 

 피가 흐르기 전에 빛은 몸안에서 핏줄이었다 처음부터 열고 나온 상처를 닫고 두 손으로 몸의 다른 곳을 찢어 내가 네 아내를 받아들일 때

 

 네 아내의 몸이 필라멘트처럼 빛난다 발목을 구부리면 저쪽이 환한 복도

 

 불을 하나 켜면 손목이 사라진다 또 불을 하나 켜면 발목이 사라지지 필라멘트처럼 빛나는 틈이 툭 툭 벌어지는 복도에서

 

 복도의 한 곳을 찢어 복도로 벌어지는 복도에서

 

 이제 불을 모두 켜면 무엇이 사라질까

 

 알아요 손은 영원히 손목에 다다를 수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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