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분히 증오하기를
해바라기 양말을 신기고 해바라기를 들어올리며 너의 몸으로 들어간다 벨기에 벨기에 너는 모르는 말을 중얼거린다 요 귀여운 것아 나는 외국에 가본 적이 없단다 해바라기 밭에서 나가본 적도 없지 얼마나 넓고 잔인한지 그런데도 너는 외국을 보여달라고 칭얼거린다 벨기에 벨기에 하면 귀가 간지러워요 그렇다면 외국은 어디에서 오는가 채광 좋은 침대에서 누군가 알몸으로 크레용 양말을 신을 때 외국의 감정을 숨기고 해바라기를 잘라 찌를 때 나는 섬광을 본다 너는 열 개의 유리그릇을 꺼내놓고 내가 본 섬광을 하나씩 가둔다 그러므로 충분히 증오하기를 증오라는 말이 증거라는 말로 들릴 때까지 귓불이 간지러워 붉어질 때까지 해바라기 양말을 신기고 해바라기들을 들어올린다 아니요 묻지 않은 말에만 대답해줘요 벨기에 벨기에 하면, 오오, 귀여운 것 그러니 유리그릇들을 감추고 해바라기 밭에서 걸어나가자 붉은 섬광으로 눈이 멀었다는 사실을 숨긴 채 서로의 내장이 빛날 때까지 우리가 들어올린 해바라기들을 잊을 수 있도록 하지만 기억이 난다 무언가를 파묻은 기억
아니요 농담을 배우세요 다른 나라의 농담을
해바라기 양말을 벗고 빛나는 발로 걸어나가 네가 더 작은 유리그릇을 가져온다
귀여운 것아 그러면 여기에 나의 무엇을 담으면 되는가 네가 가져온 유리그릇으로 들어가
섬광을 본다 섬멸하듯 한순간 이쪽에서 저쪽으로 사라지는
해바라기 밭처럼 믿음이라는 증오처럼 그러므로
충분히 타버리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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