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수지 옆 민물횟집에서 매운탕을 먹으면서
우리가 알게 된 것은
송어의 효능, 메기의 흙맛
창밖으로 보이던 잔잔하고 맑은 물
저기 빠지면 죽겠지? 저런 데서 죽으면 민폐야
그런 대화들
소도시의 오래된 호텔, 낡았지만 깨끗하게 정리된 방
약간 놀랍고, 조금 지나서 생각해보면 무감동한
그런 거
앨범을 뒤적이면 멋대로 조작되는 유년의 기억 같은 거 아름다움은 없고, 가벼운 흥분만 남는
내부의 우리가 보았던 것은
수면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사람
보이는 것은
사랑이 너무 지겨워서 자살조차 생각하지 못하는 얼굴
그런 두 사람의 얼굴이 창 너머의 저수지와 겹쳐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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