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과녁으로 변해 가는 짐승에 대해 생각했다
총성과 죽음은 그렇게 탄생하고
어둠을 질투해서 암막 커튼을 달았지만 낮은 밤을 모방할 수 없었다 많은 어둠과 조금의 빛 속에서 미래에 대해 적었다, 8월이면 끝장날 것이다 여름이 끝나갈 때 모든 것이......
지난밤, 유리잔을 다섯 개나 깨뜨렸고 나는 그보다 더 많은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 겁이 났어 때때로 네가 날 찌른다고 생각했어 최악이지? 미안해 정말, 너는 울음을 터뜨리고 울고 싶은 건 난데, 지금 이 상황이 개 같다고 표현할 수 있다면 우리 중 개는 너일 거야 죽어 버리자는 농담을 지킬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어제는 항상 오늘보다 수가 너는 어제와 내일 중 어느 날을 더 많이 가졌을까 가지고 싶어 할까 가지고나 싶어 할까 낮과 밤이 자리를 바꿀 때마다 고민했다 여섯시에 잠에서 깨면 바깥은 푸르스름하고 그때마다 오전인지 오후인지......
어지러운 하늘 아래에서
발끝으로 그림자가 길어질 때 죽어 가는 짐승을 바라보는 사람이 있다면
서로의 눈을 바라보겠지 쏟아지는
빛 속에서
커튼콜이 시작되었다
배우들은 눈치를 살핀다 누구에게 박수가 더 쏟아지는지에 대해서
비겁한 놈 아무 데나 웃음을 흘리는 새끼, 왕이 중얼거리고 광대는 구석에서 옷을 갈아입는다 무대에선 말이야 그냥 자기가 맡은 역할만 잘하면 되는 거야 관객들에게 웃음 따위를 파는 게 아니라고, 왕은 왕의 입장에서 벗어나지 않는데 웃음을 파는 것도 광대의 역할이에요, 이젠 광대가 아닌 배우가 대답한다
우리, 게임 하나 할까
서로에게 총구를 들이미는 거야 먼저 죽는 사람이 승자가 되는 게임
너는 방아쇠를 당기게 될까
어쩌면 8월,
이라는 제목을 가진 이야기를 너에게 들려주고 싶다
그 이야기는 인과가 망가진 이야기고, 어떤 여자가 죽고, 여자의 영혼이 어떤 남자의 영혼을 만나고, 둘은 세계의 예정보다 일찍 만나고, 그래서 인과가 망가져서 여자의 육체가 죽게 되는 이야기
널 기다릴 때마다 나는 놀이터에 있었고
시소는 항상 기울어 있지
왜 놀이터에서 시소만 둘이서 타야 하는 걸까
모르지 넌
누가 죽는지
누가 죽고 싶은지
죽음이 왜 태어나는지
쏟아지는 박수갈채를 듣고 있으면
박수가 박수에 부서지고 조각나고 깨지는 순간이 온다
음악과 빛은 그렇게 탄생하는데
인간에서 짐승으로 변해 가는 과정에 대해
생각하다가 말 것이다
탄환이 격발되기 직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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