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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안다 - If we live together

 

백야의 소문으로 영원히:양안다 시집, 민음사 숲의 소실점을 향해:양안다 시집, 민음사 세계의 끝에서 우리는:양안다 신작 시집, 아시아 작은 미래의 책:양안다 시집, 현대문학

 

 

 외출했을 때 사방으로 건물들이 붕괴되어 있었다

 

 징조도 없이

 

 네가 물병을 엎질렀을 때 사실 나는 전부 쏟아지길 바랐지만

 

 어느 노인이 무너진 자재를 쓰다듬고 있었다 눈먼 자식을 오래 어루만지듯이

 

 숨을 몰아쉴 때면

 마음 어딘가를 바늘로 깊게 찌른 것 같고

 

 익숙해 우리가 엉켜 있는 방식

 사랑 꿈을 꾸는 자세

 

 자고 또 자도 졸음이 쏟아지지

 

 멈추지 않길 바랐다 우리의 속도, 방향과 입체감이 하나의 소실점으로 향할 때

 

 오늘의 개는 오늘의 차도 위에 죽어 있고 내일의 개는 내일의 차도 위에 죽어 있는데 우리는 언제 어디에서 죽게 될지 알 수 없고 바깥은 계속 무너져 내려

 

 너의 잠꼬대는 꿈속에서도 사랑을 찾아 헤매서

 

 우리는 끝없이 소모한다 영혼이 펼쳐 놓는 장면들

 

 그런 생각이 들었어 네가 나에게 물었을 때, 내가 나 자신을 얼마나 사랑할 수 있냐고, 이해하고 감당할 수 있냐는 질문에 내가 떠올린 건 포옹이 아닌 두 직선의 교차였지 창문을 투과한 빛과 빛이 서로를 향해 뻗어 가듯이, 나의 그림자가 너에게 기대어 있는데 네가 떠올린 것은 무엇이었을까 이윽고 이 시간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는지, 공간은 우리의 내면에서 어디까지 아득해지는지 의문이 들었지 가능할까? 노인은 자신의 과거를 더듬는 것으로 슬픔을 녹이고 있다 우린 항상 죽을 만큼 쉬고 나서 사랑할 것을 서약하잖아 이해, 이해, 몰이해, 오해와 오해가 만나면 마음은 어디로 향하는 걸까 언제, 어디서, 어떻게, 그리고 또, 또......

 

 네가 짖지 않는 개를 키우고 싶다고,

 나의 침묵을 기르고 싶다고 한 이유

 

 잠든 너의 사진을 보면 너는 계속 죽어 있다

 

 우리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그랬듯이

 우리도 언젠가 아버지와 어머니가 된다면

 

 빛과 빛이 교차할 때

 빛과 빛의 교차점에는 또 다른 빛과 빛

 그리고

 

 침묵은 어둠과 유사하다는데

 어둠 속에 얽힌 요란한 손들을 봐

 

 부풀어 점점

 부푸는 것이 계속 부풀어

 너의 실루엣

 너의 침묵

 그리고

 그리고

 우리가 원하던 것,

 이젠 무엇이라 부를까

 춤과 운명

 혹은 분노, 그러나 건물은 계속 무너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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