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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은 - 누가 너희를 이곳에 넣었니

 

창비 구두를 신고 잠이 들었다 - 강성은 시집 (창비시선 303), 단품 단지 조금 이상한:강성은 시집, 문학과지성사 Lo-fi(로파이):강성은 시집, 문학과지성사 별일 없습니다 이따금 눈이 내리고요 - 강성은 시집 (현대문학 핀 시리즈 시인선 11)[ 양장 ]

 

 

 여름이 포도알처럼 많은 혹을 달고 빈 골목을 달려갔다

 

 일요일엔 길 잃은 개들이 잠긴 문을 열고 들어왔다

 나는 졸린 눈을 비비며 개들에게 먹을 것을 주고 다시 잠이 들었다

 

 금요일엔 하늘 가득 모자들이 둥둥 떠다니다가

 내 머리 위에 차곡차곡 쌓였다

 길가의 나무들을 만날 때마다 모자를 하나씩 벗으며 인사했다

 안녕, 날씨가 좋군요 이런 날엔 모자가 제격이죠

 

 수요일엔 누군가 나에게 계속해서 물뿌리개로 물을 주었는데

 침대보에서 피어난 장미넝쿨의 가시만 더 크고 억세게 자라났다

 나는 잠에서 깨어나지도 잠으로 들어가지도 못하고 빗소리만 들었다

 

 토요일엔 빨랫줄에 젖은 모자들을 널었다

 햇빛에 잘 마른 모자들은 가볍게 하늘을 날아가고

 나는 여전히 젖은 채로 빨랫줄에 걸려 있었다

 

 일요일 어항 속에 열대어는 없고 온통 헤엄치는 개들뿐이었다

 누가 너희를 이곳에 넣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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