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나의 잠 속까지 따라왔다 신발에는 흙이 잔뜩 묻어 있었고
밤마다 어딜 그렇게 다니는 거예요 물어도 겨울을 나기 위해선 장작이 더 필요하다고만 말한다
장작은 이미 충분해요 생각만큼 겨울이 긴 것도 아니고요 나는 따뜻한 차를 내어주었다 그가 몸을 좀 녹였으면 했다
그를 녹이려던 것은 아니었는데
그의 얼굴엔 수심이 가득하다 그는 텅 비어 보인다 한모금 한모금 마실 때마다 모래성이 허물어지듯 그가
녹는다 식탁 위엔 덩그러니 찻잔만 남아 있다
나는 깨어 있는 사람인가요 잘 깨어 있는 사람인가요 찻잔을 만지작거리며
철로의 입장에서 보면 기차는 무서운 반복일 뿐이에요 말한다
낮게 나는 새들이 있고 그보다 낮을 수 없는 마음이 있고
누군가 나를 흔드는 것 같다
밤새 이마에 물수건을 올려주었노라고
돌아오지 못할까봐 겁이 났었노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