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돌아오지 않는군
벽에 드리운 오후
거위는 자신에게 뒤통수라는 것이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모르면서
뱃속에 돌을 모아 작은 해변이 될 계획을 세운다
그러나 먹어야 할 것 외에는 먹지 말아야 할 것
돌의 뒤통수는 대장공의 망치 속에 웅크리고 있지
해변과 왼손잡이용 식칼의 거리만큼 큰 바위가 될까
꿈속에 잠긴 이마를 오래 누르고 있으려고
절정을 만들지 않은 자장가
창틀에 걸터앉아 두 다리를 흔들고 있는 유령들
살아 있는 척
생일을 따서 만든 비밀번호는 물론이고
오늘이 오늘인 것
내가 나인 것까지
태어난 일과 죽은 일까지 망각하기
뒤통수를 들고 외출한
내가 영영 돌아오지 않을 작정이군
현관으로 입장하지 못하는 슬픔은 창문을 통하지
슬픔, 운다, 오래오래, 흑흑
창유리에 파리 한 마리 곤두박질치는 소리
시간은 코앞에서 흔들리는 탐스러운 엉덩이
올라타고 싶은 순간과 걷어차고 싶은 순간으로
뒤뚱거린다
돌멩이를 삼키는 거위처럼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유계영 - 우리는 친구 (0) | 2021.01.14 |
---|---|
유계영 - 나는 미사일의 탄두에다 꽃이나 대일밴드, 혹은 관용, 이해 같은 단어를 적어 쏘아올릴 것이다 (0) | 2021.01.14 |
유계영 - 가족사진 (0) | 2021.01.13 |
유계영 - 잠을 뛰쳐나온 한 마리 양을 대신해 (0) | 2021.01.13 |
유계영 - 이석 (0) | 2021.01.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