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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준 - 압력

 

아름다운 그런데:한인준 시집, 창비

 

 

 금요일 저녁이라 도로가 막힌다는 택시기사의 말을 들었다

 

 오늘은 목요일인데

 

 - 거울에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습니다. 백미러에 적힌 조그만 글자를 보았다. 있었는데

 

 거기에 있었는데

 

 말라 죽은 선인장 가시가 내 방을 찌르는 새벽

 나는 돌아와 아무리 앉아도 자국만 남는 의자에 다시 앉는다

 너와 걷던 숲속을 가만히 떠올린다

 내 방은 의자를 올려두고 의자는 나를 올려두고 나는 머릿속에 조용히

 

 눈 내린 산사나무 한그루를 올려두었다. 창문을 닫을수록 바람은 튼튼해지네. 바람도 따뜻해지면 입김이 되지

 

 없었는데

 

 거기에 없었는데

 구겨져도 반짝이는 은박지처럼

 자국이 없어도 널 알아본 거야

 이 방의 주변이 환해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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