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저녁이라 도로가 막힌다는 택시기사의 말을 들었다
오늘은 목요일인데
- 거울에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습니다. 백미러에 적힌 조그만 글자를 보았다. 있었는데
거기에 있었는데
말라 죽은 선인장 가시가 내 방을 찌르는 새벽
나는 돌아와 아무리 앉아도 자국만 남는 의자에 다시 앉는다
너와 걷던 숲속을 가만히 떠올린다
내 방은 의자를 올려두고 의자는 나를 올려두고 나는 머릿속에 조용히
눈 내린 산사나무 한그루를 올려두었다. 창문을 닫을수록 바람은 튼튼해지네. 바람도 따뜻해지면 입김이 되지
없었는데
거기에 없었는데
구겨져도 반짝이는 은박지처럼
자국이 없어도 널 알아본 거야
이 방의 주변이 환해져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