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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하 - 꿈

 

우리의 대화는 이런 것입니다:박시하 시집, 문학동네 무언가 주고받은 느낌입니다:박시하 시집, 문학동네 그대 고양이는 다정할게요 : 고양이와 함께한 시간에 대하여, 아침달, 9791189467210, 권민경,김건영,김승일,김잔디,김하늘,박시하 등저 쇼팽을 기다리는 사람, 알마 지하철 독서 여행자, 인물과사상사

 

 

 지워진다는 것에 대해서는

 말들이 많았지

 

 이런저런 이유를 짐작하며

 화를 내고 슬퍼하거나 심지어 눈물을 지었어

 책임 여부를 따지기도 했지만

 계급에 불과하다며

 시큰둥해하는 경우도 있었고

 

 나는 사라지기 직전에 꿈을 꾸었어

 나란히 솟아

 기슭에서부터 지워지고 있던

 두 개의 초록색 산을 보았던 거야

 

 훼손된 두 개의 봉분

 매장된 두 개의 기억

 

 새로운 눈물을 지어낼 수 있을지 내기를 하자

 끊어질 듯 가녀린 산허리들을 산책하자

 지워지면서 멀어지면서

 우린 어둠처럼 흐뭇해질 거야

 

 사라진 건 다시 오지 않을까?

 다시 돌아오지 않는 건 아름다울까?

 

 두 개의 폐허에 오르자

 결코 돌아갈 수 없는 장소

 여긴 누구의 마음이야

 두 개의 산책

 두 개의 죽음이야

 

 아, 아름다운 폐허야

 복숭앗빛 어둠을 빨며

 사라진 입으로 너는 말하지

 

 그래, 정말 새로운 눈물이야

 

 나는 지워지는 손가락으로

 두 개의 사라지는 동그라미를

 천천히 그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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