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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철 - 도미노 놀이

 

문학수첩)오늘의 냄새 : 이병철 시집 (시인수첩 시인선 10) [새미]원룸속의 시인들 - 새미비평신서 22, 새미 우리들은 없어지지 않았어:이병철 산문집, 산지니 낚 ; 詩 : 물속에서 건진 말들, 북레시피

 

 

 공사장에서 우리는 무슨 냄새를 맡고 있었다

 개들이 짝짓기 하는 냄새야 아니야 날지 못하는 새의 똥 냄새야

 죽은 사람 냄새야,

 시멘트 먼지 속으로 우리는 코를 킁킁거렸다

 

 죽은 사람 냄새는 슬프다

 

 슬픈 게 뭔지 어떻게 알아? 그건 아직 배우지 않았잖아

 철근 위로 어둠이 콘크리트처럼 단단하게 일어서자

 우리는 냄새 쪽으로 자갈을 집어 던졌다

 

 저기엔 아무도 없어, 여기서 자고 갈래?

 무서워 너희들 등 뒤로 냄새가 따라오는 게 보여

 겁쟁이, 우리는 안 죽어

 

 냄새로부터 누구도 도망칠 수 없다는 걸 너희는 몰라

 

 어둠이 냄새를 환하게 밝히는데

 너희는 죽음의 냄새 같은 건 없다는 듯

 벽돌로 도미노 놀이를 하며 웃고 있었어

 

 그날 밤, 나는 공사장에 코를 두고 왔다

 어떤 꿈에선 앞으로 나란히,

 도미노처럼 넘어지는 너희를 본다

 

 누가 너희를 밀었니?

 아무도 웃지 않는다, 냄새가 난다

 

 내가 마지막 블록이 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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