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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니 - 멀어지지 않으려고 고개를 들어

 

그리하여 흘려 쓴 것들:이제니 시집, 문학과지성사 왜냐하면 우리는 우리를 모르고, 문학과지성사 있지도 않은 문장은 아름답고:이제니 시집, 현대문학 아마도 아프리카 (창비시선 321), 창비

 

 

 바람의 흐름에 몸을 맡긴 채로 떠다니는 꿈이었다. 사람으로부터 멀어지지 않으려고 고개를 들었다. 거슬러 올라가면 어디에 있었는지 알게 될 겁니다. 친밀감 있는 구어체로 나누었던 진심이 있었다. 진심 뒤로 흘러가는 구름이 있었다. 나뭇가지는 뻗어나가고 싶은 대로 뻗어나간다. 머뭇거림 없이 전진하고 싶습니다. 거슬러 가는 물결 속에서 흔들리며 떠내려오는 것을 본다. 떠내려오면서 춤을 추고 있습니다. 춤을 추면서 사라지고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마음을 맡기는 상상을 한다. 무엇인지 알 수 없는 기운 속에서 함께 움직이고 많이 생각하며 깊이 깨우치기도 했습니다. 고적한 어둠을 고요한 얼굴로 맞이한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길은 마음을 돌려받지 못한 사람의 입말과 닮아 있습니다. 매일매일 바라보는 구체적인 형상이 있다. 익숙한 풍광 속에서 흐려지는 그림자가 있다. 비슷해 보이지만 비슷하지 않습니다. 길을 따라 나아가면 길은 열립니다. 앞서가는 것은 이미 져버린 마음입니까. 안내자를 따라가면서 인내의 한계에 대해 생각한다. 경험한 세계를 재현해내려고 애쓰지 않습니다. 한 주일의 꿈을 간명하게 적어 내려간다. 월요일은 흑백 사진 곁에 있었다. 화요일은 은밀하게 주고받은 낱말 속에 묻혀 있었다. 수요일엔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 목요일엔 아무 일도 없었던 날을 되새긴다. 금요일엔 건물과 건물 사이의 거리를 환기한다. 토요일엔 중단된 마음을 들여다본다. 일요일엔 두고 온 얼굴을 쓰다듬는다. 묻혀 있다고 믿었던 것들이 되살아납니다. 당신은 이제 거의 어른이고 주춧돌 위에 세워질 것이 무엇인지 미리 내다볼 수도 있습니다. 완벽한 장소를 동경하듯 마음 둘 곳을 찾아 헤매지 않습니다. 거리에는 분주히 제 갈 길을 가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마음의 소리는 들리지 않습니다. 들리지 않는 소리를 따라가는 기나긴 여정 속에 있다. 통찰력을 배양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바람의 흐름에 몸을 맡긴 채로 나아간다. 바람을 향해 바람이 되어 바람으로 사라지는 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