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그치고. 하늘은 맑다.
나무야.
나무야. 겨울나무야.
나무는 크다. 나무 옆에는 웅덩이. 웅덩이의 살얼음을 밟는 소리는 즐겁고 눈덩이는 가파르게 굴러오고 얼얼한 미래의 집에는 남은 선율이. 남은 사람이
망가진 피아노에 엎드려 흐느낌으로 건반을 두드리며
낮은 도. 또 낮은 도. 남은 옥타브에서. 활활 타는 난로에서. 때로는 예감. 때로는 반감. 때로는 소망. 음악은 무한.
랑데부는 어땠어?
눈이 그치고. 눈덩이가 굴러온다.
나무는 크고. 나무보다 더 큰 나무의 흔들림. 창문의 떨림. 조금 차가운 손으로. 이러한 열림. 이러한 섞임,
어깨를 덮어줄 담요가 필요했어.
안경에 김이 서린다. 맑은 콧물이 흐른다.
나는 단순해지려고 한다. 아름다워지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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