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장과 축구장에서는 언제나 극적인 승부가 벌어지지만 실은
동물원에서도
꿈속에서도
심판은 연민의 마음으로 선언한다, 승리와 패배를.
영원한 타협을.
리플레이를.
나는 목표물을 향해 공을 던지고
편지를 쓰고
애원한다.
공의 궤적이 툭
끊어지자,
갑자기 중력이 모든 것을 지배했다. 코알라가 나무에서 떨어졌다. 코끼리가 풀밭에 누워 일어서지 않았다.
심판은 정확한 의미를 파악하려 한다.
날씨와
아홉시 뉴스와
사물들의 영향관계를.
퇴장이 선언되는 순간 우리 모두의 죄책감은 어디로 가는가? 경기장 바깥에도 적들은 존재하는가? 울타리를 넘어 질주하는 동물들은 어디로?
꿈속에서도 선수는 그라운드를 달린다.
포효하는 짐승들
극적인 정지장면
어디선가 날카로운 리듬으로 휘슬이 울렸다. 우리는 일제히 그라운드 바깥을 바라보았다. 거기서 누군가
길고 희미한 손을 흔들고 있었다.
하늘하늘한 뿔과 같은
생시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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