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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욱 - 드라마

 

영원이 아니라서 가능한:이장욱 시집, 문학과지성사 정오의 희망곡:이장욱 시집, 문학과지성사 기린이 아닌 모든 것:이장욱 소설집, 문학과지성사 천국보다 낯선:이장욱 장편소설, 민음사 내 잠 속의 모래산:이장욱 시집, 민음사

 

 

 행인 1이 지나가자

 클라이맥스가 시작되었다.

 의미심장하게

 

 딩동,

 초인종을 누르는 사람은 처음 보는 주인공.

 이장욱 씨 맞으시죠? 여기 싸인하세요.

 나는 엑스트라 2로서

 핀 조명을 향해 걸어갔네.

 

 세계의 가로수들을 이해할 것 같아.

 선풍기가 돌아갈 때 선풍기의 배경이 하는 일을.

 허공이 음악에게 하는 일을.

 누군가 결정적으로 희박해지는 순간에

 우연한 목격자가 된다는 것을.

 

 엑스트라 3에게는 그것이 전세계.

 음악이 사라진 허공 같은 것

 가로수에게서 가을을 지운 것

 핀 조명이 꺼질 때까지 널 사랑했는데

 그것은 행인 4의 사랑.

 

 먼 후일

 택배기사는 잊을 수 없는 인생을 살았다.

 모든 것을 잊었기 때문에

 모든 것에게서

 사라졌기 때문에

 

 오토바이에 시동을 걸자

 극적인 드라마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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