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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찬 - 피카레스크

 

[창비]사랑을 위한 되풀이 (황인찬 시집), 창비 구관조 씻기기:황인찬 시집, 민음사 희지의 세계:황인찬 시집, 민음사

 

 

 시골에 있는 나의 작은 집에서는

 

 조용히 양파를 까는 저녁과

 흐르는 물에 그릇 부시는 소리 가득한 오후와

 

 겪어본 적 없는 아름다운 삶이

 자꾸 제작되고 있다

 

 슬픔이 찾아오는 날에는 일기를 썼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다 소설이었습니다"

 

 그게 무슨 고백이라도 된다는 것처럼

 계속 고백하다보면 진실해질 수 있다고 믿는 것처럼......

 

 여기서 그는 나와 오래 함께 살았다

 

 그는 화단에 가득 피어난 꽃들이 다 죽은 것을 보며

 여름 내내 울었다

 

 그는 어두운 시골길을 지나

 이곳으로 오는 사람이다

 

 아직은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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