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림 - 당신의 K.

사무엘럽 2021. 4. 8. 21:12

 

[민음사]양방향 (김유림 시집), 민음사 세 개 이상의 모형:김유림 시집, 문학과지성사

 

 

 그것은 하나의 기억이다 옷을 벗고 물에 뛰어드는 사람들을 보면서 나는 나의 옷을 붙들고 재차 창백한 얼굴을 지어 보였다

 사람은 사람에게 어서 들어오라 하고

 사람들은 하나 둘 옷을 벗고 물에 뛰어든다

 

 사람과 사람들은 물보라를 일으키거나 잠수하거나 잠수했다가 다시 올라온다

 물보라를 일으키거나 잠수하거나 잠수했다가 다시 올라오며 숨을 참거나

 숨을 크게 내쉰다 나는

 

 신발을 신은 채

 고르지 않은 바위 밭을 가로질러 도망쳤다 그러거나 말거나

 

 전부 산이나 바다나 언덕이었다 여름 휴양지는

 산이나 바다나 언덕이거나 영화관이었다 시골 영화 어쩌다 시골로 가게 된 사람의 영화거나 회사에 지각해 뛰어가는 사람의 영화 전부 버리거나 전부 버렸다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가진 채 들판으로 산으로 바다로 언덕으로 가는 영화 혹은 넓은 부지에서 시작해 넓은 부지에서 끝나는 영화 영화처럼 꿈처럼 꿈처럼 영화처럼 유산으로 상속된 넓은 부지가

 새로운 휴양지로 탈바꿈하기도 했습니다

 

 바로 거기,

 

 나는 누워서

 나를 타고 넘어가는 작은 게의 무게를 느낀다 오르내리며

 

 사람들 사람들, 비명을 지른다 떠내려가는

 

 수영복 한 조각을 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