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김유림 - 산업과 운명
사무엘럽
2021. 4. 8. 08:38
그는 죽는 날을 기다린다
그는 기다린다
1년 내내 이런 식이다
침묵을
지나가는 행인들이나 침묵을 멀거니 바라본다
활기찬 하루가 밝았네요
햇빛이 들어오고 그는 방을 나간다
햇빛이 들어오고 옥탑방은 달아오르고
온기가 열기로 변한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할까
당신이라면 열기구처럼 옥탑의 작은 방을 띄울까
뜨다 말고 연료가 바닥나진 않을까
빛의 속도로
타고
떨어지는 태양처럼
사그라들면
얼룩진 마스카라처럼
검게 엉겨 붙지 않을까나
떨어진 재가 뜨겁지 않다
이상하진 않나요 여름이 올 무렵인데
한창 바람이 분다는 것이
그늘에만 들어가면 시원하다는 것이
타들어 간 꽁초를 버리고
당신이 떠난 길을 따라 그는 직장에 간다
장래가 촉망된들 무엇 하나
당신은 떠났고 그는 시로 돌아와야 하는데
돌아온다는 건 나무를 보지 않는다는 뜻이다
주제를 본다는 뜻이다
나무는 주제가 아니다 나무는
이별이라는 주제로 가는 길목에 심긴 한 그루의 조연으로
의식하기조차 쉽지 않다 그러나 나무는 흔들리고 나무는 변주하고
나무는 회피하지 않고
노래하고 춤추고
그러니 돌아온다는 건
마음속까지 찢겨 들어오는
활기찬 하루를
당신이라면 어떻게 할까, 라는 의문을
일상으로 밀어내는 것이야
거리로 거리로
나가
나가면서 그는 그 날을 생각하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