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승언 - 죽은 시들의 성찬
너는 초대받았다. 완전한 시의 이름으로 너는 시의 자리를 부여받는다.
만찬장으로 통하는 긴 복도는 거의 아침이 지나간 궤적이다. 그러나 그것은 아침의 궤적이 아니어서 집사들은 빛의 부스럼을 거두어 간다.
주인은 오고 있는가? 모든 죽은 시들이 초대받았다. 한없이 기나긴 그래서 하나의 여정이랄 수 있는 테이블. 너는 그 말석을 허락받았다. 너는 두리번거린다.
너는 다른 시들의 만듦새를 본다. 큰 시, 위대한 시 승리한 시 실패하는 시 졸고 있는 시도 있고 귀여운 시도 있다. 미친 시는 참석하지 않은 채 새벽의 음악이 되어 날아다닌다.
시들은 기다리고 있다, 주인을. 그러나 주인을 본 적이 없어서 주인의 얼굴을 모르고 주인이 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만찬은 시작되지 않고 있다.
시들도 한다, 주인이 이미 당도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그러나 아무도 주인을 모르고 주인도 주인을 모른다는 생각, 시들도 한다. 생각하면 문이 열리고
빈 접시들이 집사 대신
들어온다 빈 접시들이 테이블에
쌓여간다 흔들리며
율법을 따르는 빈 접시들
깨져야 할 때를 아는
접시들이 반사시키는 빛으로 접시들이 떠오르고 빛 속에 한가득 차오르는 것은 한 번도 본 적 없는 우리들의 얼굴인가. 너는 죽은 너의 얼굴을, 죽은 너의 해골을 골똘히 바라본다. 그러면 해골도 잠에서 깨어나 너의 얼굴을 골똘히 보게 되고 그러다 보니 너는 문득 주인의 얼굴을 알게 될 것 같은 기분에 사로잡힌다. 그 기분은 거의 눈물 같아서 너는 곧장 그 기분을 떨쳐낸다.
빛의 원형으로, 새벽 별이 지루한 음악의 시간을 관통한다. 퇴장을 서두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