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송승언 - 새와 드릴과 마리사
사무엘럽
2021. 4. 6. 14:28
골목은 차다 골목은 반짝인다 골목은 깊이를 잃은 채 골목은 갈라진다 골목은 둘로 나뉜다
셋으로도 나뉜다 넷으로도 나뉜다
죽은 새를 주워 저글링을 했다 죽은 새를 양손으로 주고받으며
둘로 갈라지는 골목을 걷는다 셋으로 갈라지는 골목을 넷으로 갈라지는 골목을
걷는다 의자가 있다 아무것도 발생하지 않는 의자 하나 아무것도 발생하지 않는 의자 둘......
영혼을 보는 시선은 피했다 모퉁이마다 노인이 출몰하는 골목 고정되지 않는 모퉁이를 빙글빙글 도는 일
죽은 새에게 온기가 있어 양손은 따뜻하고 양손이 차가울 때까지 죽은 새로 저글링을 하는 일
성당에 들지 않고 성당을 뜨지 않는 일 성당 주변을 빙빙 돈다 냉담자들만이 음악을 하지
나는 음악을 했지 음악을 한다는 말은 이상한 말 나는 음악을 했다 죽은 새로 했다 열심히 했다
죽은 새가 살아나고 반짝이는 날개를 꿈틀거리면 짓눌러 죽은 새로 만드는 일
냉담자들만이 음악을 하지 열심히 하지
지겨울 때까지 그 짓을 했다 더는 골목이 생각나지 않을 때까지 둘째 골목이 생각나지 않을 때까지 셋째 골목이 생각나지 않을 때까지